시진핑과 5시간40분 회동… ‘中의 실리콘밸리’ 중관춘 방문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정은 방중]김정은의 중국내 동선은

27일 중국 베이징(北京) 방문 이틀째를 맞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중국 당국의 정상급 경호 의전을 받으며 검은색 특대형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을 타고 베이징 중심 곳곳을 누볐다. 특히 아버지 김정일이 방중 때마다 거의 빠짐없이 방문했던 ‘베이징의 실리콘밸리’ 중관춘(中關村)을 방문해 주목을 받았다.

김 위원장이 머문 국빈 숙소 댜오위타이(釣魚臺)의 정문(동문)에는 이날도 무장경찰이 대거 배치돼 기자들의 취재를 막으며 삼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할아버지 김일성이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머물렀고, 아버지 김정일도 몇 차례 묵었던 ‘댜오위타이 18호각’에서 김 위원장이 하룻밤을 보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중국 차이나뉴스에 따르면 댜오위타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한 건물인 18호각은 하루 숙박료가 약 5만 달러(약 5372만 원)에 달한다. 외국 국가원수와 정부 대표, 각국 정치인, 기업 회장 등으로 숙박 자격이 엄격히 제한된다. 800년 전 중국 황제들의 행궁으로 건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오전 9시 반경 김 위원장이 탄 차량 등 2대가 중국 측 공안 사이드카 10여 대의 호위를 받으며 댜오위타이 정문을 빠져나왔다. 이 차량은 베이징 서부의 중관춘으로 향했다. 김 위원장은 중관춘의 유명 컴퓨터 전자기기 상가를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은 첫 중국 방문인 2000년 5월, 그리고 2010년 5월, 마지막 방문인 2011년 5월에도 중관춘을 찾았다. 김 위원장이 김정일 방중 전통을 따라 중관춘을 방문한 것은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고 이 분야의 국산화 발전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날 김 위원장의 동선은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철통 보안이 유지됐다.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의 방중이 확인됐지만 베이징 체류 1박 2일 동안 중국 당국 관계자들 외에 현지에서 그를 직접 본 일반인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방문지마다 삼엄한 통제로 통행이 금지되거나 심지어 통제된 도로를 쳐다보는 행위까지 금지해 중국 국민과 해외 여행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거나 불만을 표출했다.

댜오위타이의 모든 출입구에는 공안이 배치됐으며 인근 200m 구간이 통제됐다. 취재진의 접근도 막았다. 이날 오전 중관춘 일대도 교통 통제가 되면서 웨이보(중국의 트위터 격)에는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불만과 교통 통제 사진, 최고위 인사의 차량 행렬 사진, 동영상 등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시민은 “진싼팡(金三반·김씨 3대 뚱보)이 왔는가 보다”라고 비꼬기도 했다. 진싼팡은 중국 누리꾼들이 김 위원장을 얕잡아 부르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이날 김 위원장의 방문지인 중관춘, 인민대회당 주변, 도로 진입이 통제된 자금성과 톈안먼(天安門)광장을 가르는 베이징 중심가 창안제(長安街) 일대에서 만난 중국인들은 기자에게 “누가 온 것이냐”고 묻곤 했다. 이날 오후 중관춘에서 만난 현지인들도 “오늘 오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방문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김 위원장과 함께 중관춘을 찾았을 수도 있고, 철통 경호 때문에 김 위원장의 방문을 시 주석의 시찰로 착각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날 오전 11시경부터 베이징 남부 베이징기차역의 VIP(귀빈) 출입구가 통제되기 시작했고 11시 20분경부터는 베이징기차역 인근 도로 일부도 통제됐다. 낮 12시 반경부터 북한에서 온 ‘1호 열차’가 대기했다. 오전 11시부터 창안제 톈안먼광장 서쪽의 인민대회당 서쪽 도로가 통제와 해제를 반복했다. 오후 2시 반경부터는 창안제로 나가는 도로들이 완전히 통제됐다. 이 과정에서 공안들은 지나는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인도에 서 있지 못하게 하고 통제된 도로를 쳐다보는 행위조차 제지했다.

이날 낮 12시 반경부터 베이징 남부 톈탄(天壇)공원 주변 도로가 통제됐다는 얘기도 들렸다. 김 위원장이 중관춘을 출발해 톈탄공원, 인민대회당 북쪽 창안제를 거쳐 베이징기차역에 이르는 동선을 선택한 것으로 관측된다. 도중에 인민대회당이나 모처에서 시 주석 또는 중국 최고지도부와 오찬과 회담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전날 오후 인민대회당에서 5시간 40분가량 머물며 시 주석 및 최고지도부와 만찬과 회담을 진행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오후 3시 15분경 김 위원장이 ‘1호 열차’를 타고 떠난 베이징기차역에서는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의 차량이 목격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을 태운 것으로 보이는 차량은 이날 오후 3시 10분경 베이징기차역 VIP실에 도착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베이징을 떠난 김 위원장이 동북3성 지역인 지린(吉林)성 위원(毓文)중학교 등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위원중은 할아버지인 김일성이 다녔던 학교로, 아버지 김정일이 2010년 8월 방중 때 찾은 바 있기 때문이다.

북-중 접경 지역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에서 압록강철교를 내려다볼 수 있는 중롄(中聯)호텔은 27일까지 압록강변을 바라보는 강변 쪽 객실 예약을 중단한 상태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정동연 채널A 특파원
#시진핑#5시간40분 회동#중국#김정은#방중#실리콘밸리#중관춘 방문#중국내 동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