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진핑 초청으로 中부터 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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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북미 정상회담 앞두고
시진핑, 3월 중순 초청해 회담 성사… 김정은에 “비핵화 나서라” 요구
김정은, 집권후 첫 해외방문-정상회담… 한-미-중 정상과 릴레이 원샷 외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복수의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특히 이번 방중은 이달 중순 시 주석의 요청으로 긴급하게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다음 달 남북에 이어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2011년 집권 후 처음으로 베이징에서 북-중 정상회담을 하면서 한반도 대화 프로세스가 다시 한번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5시간 40분가량 머물며 시 주석과 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김정은에게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비핵화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북-중 회담에서는 중국의 역할에 대해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북-미 관계 정상화에서 속도 조절에 나섰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정은은 시 주석에게 국제사회가 주도하는 대북제재가 완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김정은 일행에게 아버지 김정일이 방중 당시 묵었던 영빈관인 댜오위타이 18호각을 내준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은 27일에도 4시간여 동안 베이징 인민대회당이나 인근 톈단(天壇)공원 부근 모처에서 중국 지도부와 오찬을 겸한 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또 김정일이 방중 때마다 찾았던 베이징 실리콘밸리인 중관춘(中關村)의 최대 컴퓨터 전자기기 상가 하이룽(海龍)빌딩을 방문했다. 1박 2일의 첫 공개 해외 일정을 마친 김정은은 27일 오후 3시 10분경 북한에서 타고 온 특별열차(1호 열차)를 타고 베이징을 벗어났다. 평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중국 내 동북3성 등을 둘러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김정은이 지난해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주도하는 대북 제재에 참여해 온 중국에 대해 ‘믿을 수 없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다가 시 주석의 요청을 계기로 관계 복원에 나선 것은 남북, 북-미 릴레이 회담을 앞두고 존재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한미가 짠 대화 프로세스에만 끌려다니지 않고 혈맹인 중국을 방패막이로 앞세워 트럼프 행정부와의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것. 또 시 주석을 시작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등 주요 정상들을 잇달아 만나는 ‘원샷’ 릴레이 정상외교로 주도권을 쥐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의 방중에 대해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간 관계개선이 이뤄지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밝혔다. ‘정상국가’ 대우를 요구하고 있는 김정은이 대화 테이블에 나서는 것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일괄 타결하려는 문 대통령의 구상과 배치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과의 대화에 앞서 북한이 ‘몸값 올리기’에 나서면서 비핵화 논의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오고 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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