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정봉주 성추행 폭로자 “필요하면 고소도…괴물 잡으려다 괴물 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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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3월 27일 1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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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A 씨가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A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상을 소상히 밝히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라며 "회견 직전까지 두려움이 많았다. 만류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가장 중요한 증거인 제 존재 자체를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 관련 진실을 밝히는 게 목적이라며 필요하다면 고소도 논의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 전 의원의) BBK에 대한 공과에 대해선 인정하는 바인데 그거는 상당히 별개의 사건이다. 그것과 성추행은 연관성이 있는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저는 이번 사건으로 정치인 정봉주가 다시 한 번 재평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봉주 전 의원이 '괴물을 잡으려다 괴물이 된 것 같다'고도 했다,

▼다음은 A 씨와 취재진의 일문일답▼

기자 : 프레시안을 통해 (성추행) 기사를 내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그리고 정봉주 전 의원 관련, 성추행 자료나 추가 증인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씨 : 우선 제가 '미투'를 하게 된 배경부터 설명해야 할 듯싶다. 저는 미투에 대해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용기를 얻게 됐다. 정치권으로 미투가 넘어오게 된 게 안희정 전 지사 사건이었다. 당시 보도를 저는 타사 일간지 기자와 저녁을 먹으면서 보게 됐다. 그 자리에서 저는 그 기자에게 정봉주 전 의원과 '이런' 일이 있었다고 털어놓았고, 미투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제가 스스로 취재원인 동시에 기자가 될 수 없었다. '프레시안' 기자를 통해 미투를 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면,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이 밝혔듯이 서 기자는 당시 제 사건을 공유하던 지인이자 2차 가해를 막아줄 신뢰가 있는 기자였다. 그래서 서 기자를 통해 미투를 하게 됐다.

그리고 성추행 관련, 추가 증거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현재 가지고 있는 증거는 수사 기관에 다 제출할 것이다. 덧붙여 할 말은 정봉주 전 의원은 방송에서 '성범죄는 증거가 없다. 그래서 철저하게 피해자의 증언, 혹은 제3자의 증언에 근거해 처벌할 수 있다. 피해자의 진술의 일관성이 있으면 처벌할 수 있다. 이게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 말에 저도 공감한다.

기자 : 혹시 성추행 폭로 이후 정봉주 전 의원이나 (정 전 의원의) 측근으로부터 연락을 받으신게 있는지 궁금하다.

A 씨 :성추행 폭로 이후에는 정 전 의원 쪽에서 따로 연락을 취한 적은 없다.

기자 : 성추행 사건 이후 7년 동안 당시 사건이 A 씨에게 미친 영향이 궁금하다. 그리고 마지막 입장문에서 (성추행 관련) 증언을 해주겠다고 따로 연락 온 이들이 있다고 했다. 그 두 명은 어떤 내용의 증언을 해줄 수 있다고 연락해온 건지 말씀해달라.

A 씨 : 6년 3개월 전 발생한 사건이다, 그리고 가해자가 이 사건 이후 곧바로 다른 건으로 구속 수감되는 상황이었다. 그 당시 저는 정 전 의원을 존경하는 마음이 있었다. 용기있게 권력에 대항하고 폭로하는 행동에 대해 존경했기 때문에 저와 커뮤니케이션이 시작된 거였고, 그 점을 악용해서 저한테 성추행 가한 점은 배신감과 상처, 모욕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가해자가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 전 학생이었고 제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하는지 막막하고 답답한 상황이었다. 그 심경을 주변인들에게 토로하기 시작한 거였다.

당시 전 남자친구에게 이메일로 제 답답한 측면을 토로한 게 첫 번째였고, 서어리 기자에게 조심스럽게 당시 상황을 토로했고, 그리고 가장 먼저 토로했던 건 사건 당일날 만났던 초등학교 동창생들한테 있었던 일을 털어놨는데 그 친구 역시 정봉주 전 의원 지지자였기 때문에 (기억한다).

그 친구는 저에게 연락와서 하는 말이 '정봉주 전 의원이 새벽에 저한테 보냈던 문자도 자기는 기억한다. 그런데 따로 한 번 만난 적이 없겠냐' 이런 취지의 문자를 보내와서 충격이었다. 그래서 '(자신은 정 전 의원에 대해) 그 이미지가 남아있다'고 증언들을 해줬다. 사실 친구들 모두 서어리 기자 통해서 폭로한 뒤 그 이야기가 제 일이란거 알고 먼저 연락해줬다. '증언해주겠다'고 먼저 연락이 왔던 부분에 대해선 저희도 수사 기관에 증거 제출할건데, 기록이 다 남아있기 때문에 조작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자 : (성추행) 사건 있은 이후, 정봉주 전 의원으로부터 연락 받은 게 있는가.

A 씨 : 구속 수감된 동안에는 당연히 연락 없었다. 그리고 나서 다시 (감옥을) 나온 다음에 연락이 몇 번 더 왔었다. 안부를 묻는 문자였고, 거기에 대해서, 굳이, 불편하기 때문에 답을 하지 않고 있던 상황이었다.

서어리 기자 포함해 저희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이 기자가 됐단 이야기를 듣고, 그 중에 한 명이 정치부에 있단 얘기를 듣고 (정 전 의원이) '관련해서 같이 좀 할 얘기가 있으니 한 번 다 같이 만나자'는 취지의 연락이 왔다. 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 (성추행 혐의) 얘기를 꺼내고 사과를 받아보고 싶다는 이런 마음에 '아, 그러면 다같이 보자'고 했더니 여의도 횟집 어딘가로 약속 장소를 잡아서 줬다.

그런데 당일날 친구한테 '약속장소 있는데 같이 가자;고 했는데 그 친구는 약속 장소를 모르고 있었다. 약속한 사실조차도 몰랐다. 사실 단 둘이 만나는 건 저는 좀 위협적이었기 때문에 그 날 이후로 모든 연락을 차단했다.

기자 : 당일 그 장소에 가지 않겠다고 정 전 의원에게 밝혔나.

A 씨 : 혼자 그를 만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 전 의원에게 만나지 않겠다고 얘기했더니 정 전 의원은 자기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데 약속을 취소하느냐며 화를 냈다. 그 이후로 저는 그의 연락을 완전히 차단했다.

기자 : 폭로 이후 게시된 2차 가해성 게시글, 댓글 등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생각인가.

A 씨 : 현재 가장 큰 목적은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진실을 밝히는 방법 중 하나가 고소라면 그것도 논의할 생각이다. 2차 가해 글이 난무하는데, 이 역시도 여전히 논의 중이다. 어떻게 대처할지.

기자 : 정봉주 전 의원 측에서 제출한다는 780장의 사진 관련, 얼마만큼 인지하고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하려 하는가.

A 씨 : 사실 780장의 사진이 있다는 걸 저는 정봉주 전 의원의 보도자료를 통해 알게 됐다. 780장 있는 사진을 차라리 다 공개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저는 사실은 이전까지는 제가 사건을 구체적으로 기억했을 뿐이지 시간을 특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좀 논란의 여지가 있었는데 이제 제가 시간을 특정할 수 있는 증거가 나온 이상 780장 사진이 전부 다 공개됐으면 좋겠다.

사실 정 전 의원도 현재 두 가지 모순점이 있다. 첫 번째로는 오후 1-2시 사이에 을지병원에 갔다고 했는데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방송을 보니까 그 시간에 계속 홍대에 있었고, 그리고 23일에는 '민국파' 씨가 동행하지 않았다고 바로 말했는데 사실은 보니까 '민국파' 씨가 그날 동행했었다는게 사진을 통해 입증됐다.

이렇게 일부 사진만 공개하면서 자꾸 모순점 드러나는게 저도 의아한데, 그건 제가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기 때문에, (사진을) 전부 다 공개해서 의문점을 빨리 해소하는 게 저도 이 논란에 빨리 종지부 찍는 거라고 생각한다.

기자 : 정봉주 전 의원이 출석할 때 성추행 폭로 시점을 얘기하면서 “어떤 정치적 의도인지 모르겠다”고 표현했다. 폭로한 시점에 대해 입장을 설명해주신다면.

A 씨 : 이 부분에 대해서 아까 했던 말 다시 한 번 부연해서 설명드리면, 우리나라의 미투 운동이 불기 시작한게 저번 달부터 시작이었고 정치권으로 넘어온 게 이달 초였다. 안희정 지사 관련 폭로가 있던 5일에 시작됐고, 제가 그날 같이 있던 동료 기자한테 한 번 '미투'를 해보자. 성추행범인데 당당하게 얼굴 들고 다니는거 안 좋지 않냐 이런 제안에 6일날 결심했다. 7일날 보도가 됐었던 것. 저희 입장에선 그런 날짜인거지, 그거를 제가 정 전 의원의 일정까지 고려해가지고 일정을 짠 사실은 없다.

기자 : 익명으로 성범죄 제보하는 일이 늘어나는데, 피해자가 익명을 선택하는 이유와 실명으로 폭로했을 때 어떤 두려움 있는지 피해자 입장에서 설명 부탁드리겠다.

A 씨 : 익명 미투를 선택한 이유는 여전히 2차 가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사실 이게 7년 전 일이고, 여전히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 성범죄에서 유효하다고 하지만 이 주장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상당수다. 모든 사람의 동의를 제가 얻을 순 없는 상황인데 그래도 불특정 다수의 공격을 받는 건 개인으로선 상당히 좀 큰 압박감과 두려움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내서 폭로하고 싶었던 여러 익명 미투자들의 마음을 이번 사건 통해 이해하고 지지하게 됐다.

기자 : 렉싱턴호텔 체크인했다는 부분 조금 더 설명해달라.

A 씨 : 당시 서비스명은 '포스퀘어'란 서비스인데 일종의 게임이다. 오프라인 장소에 직접 가서, GPS로, 위치기반으로 (장소가 뜬다) 거기서 실제 모바일로 '나 여기 왔어'라고 체크인하고 가장 많이 체크인한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그래서 그 장소에 그 시간에 가야지만 체크인이 되는 게임인데 이후 인기가 떨어지면서 저도 2013년 이후로 이용을 잘 안했기 때문에 기억이 불분명했다가 이제 발견했다. 그게 지금은 다른 이름의 서비스로 바뀌었다. '체크인'이란 얘기는 거기에 도착했다, 모바일 기록에 남긴다 이런 의미로 해석해주면 된다.

기자 : 렉싱턴 호텔에서 어느 정도 같이 있었고, 성추행이 일어난 시점은 만난 시간부터 얼마 지난 뒤에 일어났는지 궁금하다.

A 씨 : 입장 전문을 통해 언급한 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 드리면, 렉싱턴 호텔에서 저는 1시간 가량 기다렸다. 기다리는 중간에 '바쁘니까 기다려라' 문자 중간에 왔던 것으로 기억하고 사실 만나는 시간은 되게 짧았다. 20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다.

오자마자 바빠서 본론으로 들어갔다. 정봉주 전 의원이. 이전까진 단 둘이 만나고 얘기 나눌 기회가 없었는데, 단 둘이 만나자마자 '너 남자친구 있냐', '성형수술도 해주려고 했는데 자기가 감옥에 가게되서 안타깝다' 그런 식의 이상한 뉘앙스의 말을 하다보니까 저는 빨리 이 자리를 좀 벗어나야겠다는 본능적인 생각이 들었다.

당시 제 오른쪽에 있던 옷걸이 쪽으로 걸어가서 걸려있던 코트를 입으려고 하니까 정 전 의원이 따라와서 옷걸이 앞에서 껴안고 키스를 시도하려고 하면서 입술이 스쳤는데, 그러면서 전 밀어내고 밖으로 나왔는데 그 뒤로 정봉주 전 의원이 따라나오진 않았다. 그게 이 사건의 사실, 전말이다.

억울하고 답답한 부분이라 추가적으로 이야기 드린다. 입술이 스쳤다고 좋은 일 한 정치인 인생 다 망치는 거 아니냐 이런 비난 되게 많이 받고 있다. 저는 좀 안타까운 부분이 우리나라에서 성범죄 관련해서는 피해자가 어떻게 방어했고, 피해자가 뭘 당했냐만 집중한다. 살인죄나 교통사고는 가해자 부주의를 논하는데, 성범죄에서 가해자의 나쁜 의도는 전혀 논란이 되고 있지 않다.

정봉주 전 의원이 어떤 의도를 갖고 저를 거기 불러냈는지는 사실 모른다. 결과적으로 입술이 스쳤으니까 가벼운 성추행으로 처벌을 받았으면 되는 건데 그거를 지금 부인하고 있어서 여기까지 왔다.

그 사람의 나쁜 의도가 뭐였는지에 대해서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 저는 모든 성범죄에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자 : 경찰에서 참고인 소환 받은 적이 있는지, 조사에 응할 의사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씨 : 구체적으로 말씀 드릴 순 없지만 참고인 조사 통보 받았고 조사에 열심히 응할 예정이다.

기자 : 오늘 정봉주 전 의원이 10시 20분에 기자회견을 했다. BBK 관련 기자회견 했다가 이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여전히 '정치적으로 저격하는 게 아니냐,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겠고 정치적 의견이 있고 순수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한시간 반 전에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A 씨 : BBK에 대한 공과에 대해선 인정하는 바인데 그거는 상당히 별개의 사건이다. 그것과 성추행은 연관성이 있는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저는 이번 사건으로 정치인 정봉주가 다시 한 번 재평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곽에 있다가 중앙으로 들어온 사람인데, 괴물을 잡으려다 괴물이 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시민들이 판단할 몫이지만 정치인의 중요한 잣대 중 하나가 도덕성도 당연히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자꾸 정치적 공작으로 몰면서 미투를 정작 훼손하는게 누군지 모르겠다.

기자 : 전 남자친구에게 이메일을 쓰는데 존댓말로 보냈다. 이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A 씨 : 사실 이메일 사용에 대해선 사적인 이유이기 때문에 그거에 대해서 일일이 제가 (설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증거가 그걸로 증거능력이 소멸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메일이 당시 그 분과 제 이메일 전산에 남아있고, 수사기관에 증거로 제출할 예정이고, 조작 여부에 대해서 당당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만 답변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아까도 계속 한 말이지만 '고작 입술이 스친거 정도로 유망한 정치인 망쳐놨다'는 비난을 굉장히 많이 받고 있다. 그러나 정치인 존재 이유 중 하나는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유망한 정치인이라고 해서 국민을 성추행할 권리까지 얻은 건 아니다. 어느 개인이 정치인 정봉주를 지지한단 이유만으로 그에게 당한 성적 모욕을 참고 살 이유도 없다. 존경하는 정치인에게 부지불식간에 당한 성추행은 옆집 아저씨에게 당한 성추행보다 더 큰 배신감과 모욕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저의 성추행 피해 경험이 공개된 뒤 ‘미투’의 본질이 흐려졌단 비판도 굉장히 많이 듣고 있다. 하지만 누가 '미투'의 본질을 흐려놓고 있나. 정봉주 전 의원은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며 알리바이 공방으로 몰고 가고 있다. '미투' 본질을 흐리는 사람 누군지 꼭 한 번 생각해달라. 마지막 한 번 더 당부 말씀 드린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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