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임 받는 현송월, 협상 전면에… ‘北걸그룹’ 평창 올듯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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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15일 평창실무회담]北 실무접촉 예술단 4인 면면 보니

15일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 관련 첫 실무회담에는 북측 대표단으로 북한 예술인 4명이 나선다. 올림픽에 맞춰 방문할 북측 예술단 규모와 공연 내용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통일부는 피바다가극단, 만수대예술단 등 북한의 주요 예술단 12곳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소개하고 있지만 정보가 충분하지는 않다. 관련 당국자는 “단원 명단이 공개되지 않고, 공연 내용, 실제 활동 여부 등을 일일이 추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얼굴 드러내는 북측 예술인들

北 체제선전 공연 펼치는 모란봉악단 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에 파견할 ‘고위급 대표단’에 현송월 
모란봉악단장 겸 당 중앙위 후보위원을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모란봉악단이 평창에서 공연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모란봉악단이 지난해 7월 북한 인민극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의 2차 시험 발사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北 체제선전 공연 펼치는 모란봉악단 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에 파견할 ‘고위급 대표단’에 현송월 모란봉악단장 겸 당 중앙위 후보위원을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모란봉악단이 평창에서 공연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모란봉악단이 지난해 7월 북한 인민극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의 2차 시험 발사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대표단 면면을 살펴보면 수석대표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과 ‘북한판 걸그룹’으로 불리는 모란봉악단의 단장을 겸하는 현송월 관현악단 단장이 남측에도 낯익은 편이다. 안정호 예술단 무대감독과 실무지원을 위한 김순호 관현악단 행정부단장은 다소 생소하다.

권 국장은 한국과 인연이 있다. 2012년 3월 북한의 은하수관현악단과 정명훈 지휘자가 이끄는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프랑스 파리에서 합동 공연을 할 당시 은하수관현악단의 수행단장을 맡았다.

대표단 중 가장 이슈인 인물은 현송월 단장이다. 한때 처형설, 해임설이 돌았지만 2014년 대좌 계급장을 달고 나와 건재함을 과시했다. 지난해 10월에도 당 중앙위원회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 후보위원으로도 임명되면서 핵심 인사로 떠올랐다. 현 단장은 2015년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앞두고 중국 측에서 체제 선전 내용을 문제 삼자 “(김정은) 원수님의 작품은 점 하나 뺄 수 없다”며 공연 시작 3시간 전 취소를 전격 결정해 김정은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란봉악단의 방남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2012년 김정은 체제 출범과 함께 결성된 이 악단은 ‘예술단 통치’의 선봉에 서서 체제 선전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일성 때 만수대예술단, 김정일 때 왕재산전자악단과 ‘휘파람’, ‘반갑습니다’로 유명한 보천보전자악단이 있었다면, 김정은 시대엔 모란봉악단이 대표 악단으로 꼽힌다. 2012년 7월 6일 첫 공연에서는 짧은 미니스커트 차림의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이 영화 ‘록키’의 주제곡과 ‘마이 웨이’를 연주하는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 차석대표 교체, 클래식 대신 전자악단?

북한은 14일 오후 1시 30분경 돌연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전날 통보한 실무접촉 대표를 변경한다고 통지했다. 당초 차석대표급이던 윤범주 관현악단 지휘자 대신 안정호 감독으로 바꾼 것이다. 이를 두고 당초 한국에서 하려던 관현악단 공연을 빼고, 전자악단으로 승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탈북 예술인은 “안정호는 보천보전자악단과 왕재산전자악단 등을 거쳐 현재 모란봉악단에서 창작실 부실장을 맡고 있는 전자악단의 대가”라며 “이미 북한에서 인민예술가, 노력영웅 등 예술인으로 받을 수 있는 모든 명예를 받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범주는 관현악단 지휘자였는데, 북한이 클래식은 자신이 없으니 자기들이 잘할 수 있는 전자악단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예술단 실무접촉 대표에서 은하수관현악단 지휘자를 제외하고 모란봉악단 부실장을 새로 넣은 것은 남쪽에 모란봉악단만 보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은하수관현악단을 파견할 경우 한국에서 2013년 8월 화제가 됐던 은하수관현악단 예술단원 처형 사건이 다시금 화제가 될 것을 우려했을 가능성도 있다. 당시 문경진 단장 등 악단 핵심 예술인들이 처형된 뒤 은하수관현악단은 4년째 북한 매체에도 등장하지 않고 있다.

당초 대표로 파견하려던 윤범주 지휘자는 북한군 대남심리전 부대인 ‘적군와해공작국’(적공국)에 10년 동안 장교로 근무했던 대남 심리전 전문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적공국은 대남방송, 삐라 등 심리전을 담당한 부대다. 특히 한국의 최신 가요 중 한국군 장병들에게 인기 있는 노래를 골라내 개사한 뒤 적공국 악단에서 똑같이 제작해 대남방송으로 내보낸다. 연주가 출신인 그는 1990년대 초반 적공국 중위로 임관해 10년 만에 대좌급인 실장까지 올라갔던 입지전적 인물이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주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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