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혁신성장 속도감 안느껴져”… 규제개혁 미흡 질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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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 전략회의]

金부총리도 “한국은 안돼 공화국”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스크린 앞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한국은 규제가 많아 ‘안 돼 공화국’이라고 
한다. 혁신을 통해야 우리 경제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金부총리도 “한국은 안돼 공화국”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스크린 앞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한국은 규제가 많아 ‘안 돼 공화국’이라고 한다. 혁신을 통해야 우리 경제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새로운 산업에서 규제가 더 문제다. 법에 없으면 하면 되는데 오히려 못 하게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규제에 칼을 빼 들었다. 문재인 정부 핵심 성장전략인 혁신성장을 위해 낡은 규제를 뜯어고쳐 민간이 주도하는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취임 6개월여가 지나도록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혁신성장만의 차별화된 청사진은 아직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文 “혁신성장 성과 직접 점검”

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각 부처 장관들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대통령의 모두발언이 시작되자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시작부터 “아직까지 혁신성장의 구체적 사업이 잘 보이지 않고 혁신성장의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강한 질책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세계 주요 국가들은 모두 혁신 중심의 경제구조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도 이에 앞서 가거나 적어도 발맞추어 나가지 못하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을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초(超)연결 지능화, 스마트공장, 스마트팜, 핀테크, 재생에너지 등 ‘혁신성장 5대 선도사업’에 대해선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점검회의를 열어서 선도사업들이 어떻게 진도를 내고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정부에서 대통령이 정기적으로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주재한 것처럼 앞으로 직접 혁신성장 회의를 주재해 성과를 점검하겠다는 얘기다.

이번 회의에는 모든 국무위원과 국정과제 추진을 맡은 주요 위원회의 위원은 물론이고 여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문 대통령은 또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스마트공장을 포함한 제조업 혁신과 드론 산업 등은 세계적인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도록 속도를 내주길 바란다”며 중점 산업을 직접 지목하기도 했다.

○ 신산업 중심 규제혁신 드라이브

특히 문 대통령은 대대적인 규제혁신 속도전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규제혁신은 속도와 타이밍이 중요하다. 민간 위원이 주축이 된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민관협력을 통해 규제혁신 과제를 적극 발굴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의 주역은 민간이고, 중소기업”이라며 중소·벤처기업을 정책의 중심에 놓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정부는 정책적 지원을 담당하는 서포트타워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대통령에 이어 발표에 나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더욱 구체적으로 규제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락하고 있는 한국의 글로벌 혁신 순위, 혁신의 경제성장 기여도 등을 미국, 중국, 독일 등 주요국과 비교하며 한국 경제의 위험지표들을 적나라하게 열거한 김 부총리는 “한국은 규제가 많아 ‘안 돼 공화국’이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규제 문제는 다들 총론은 찬성하지만 각론으로 가면 부처 이기주의를 들어서 반대한다. 여기 있는 분들부터 열린 마음으로 규제 혁파를 위해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박근혜 정부에서 초대 국무조정실장을 맡아 규제개혁을 총괄한 바 있다.

김 부총리는 “기업의 기(氣) 살리기를 하고, 정부와 기업이 소통하고 기업 행사에 대통령도 많이 가주는 등 혁신에 대한 독려가 있어야 한다”며 직접 문 대통령에게 친(親)기업 행보를 제안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비공개 토론에서 김 부총리에게 “김영삼 정부 때부터 규제 완화를 논의하기 시작해 20년 가까이 규제 완화를 해왔는데 아직도 안 되고 뒤처진 이유가 뭔가”라고 묻기도 했다.

○ 말뿐이 아니라 현실적 혁신성장 대안 나와야

다만 일각에선 혁신성장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혁신성장의 개념이 여전히 모호한 가운데 녹색성장과 창조경제 등 과거 정부 경제정책과 차별화되는 성장전략을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것. 실제로 혁신성장의 5대 선도사업으로 지정된 핀테크, 스마트팜, 재생에너지 등은 이전 정부에서도 집중 육성 대상으로 선정해 지원해온 산업들이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혁신성장의 차별성에 대해 “혁신성장의 개념은 어차피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개념 정리보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사업을 통해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조경제처럼 개념 정립에 시간을 쏟기보다는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뒷걸음질쳐 온 성장 활력을 되찾기 위해선 경제계의 역량을 총동원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기업을 배제하고 중소·벤처기업 중심이라는 틀에 갇히면 스스로 잠재력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혁신성장을 위해 꺼내 든 규제혁신에 대한 기대도 엇갈리는 게 사실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혁신성장 전략회의 직후 논평을 내고 “과거 대책을 세웠지만 방향을 잃고 표류한 과제들, 이해관계의 벽에 막혀 밀려 있는 과제들에 대해 이번만큼은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이 수립, 실천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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