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美정상회담 앞두고 터진 대북정책 파열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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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6·15남북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미국이 사실상 반대하고 나섰다. 미 국무부가 어제 정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우리 입장은 변한 게 없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해야 대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기 위해 대북 대화의 조건을 ‘북핵 폐기’에서 ‘추가 도발 중단’으로 낮춘 것이라면 미국에서 먼저 “노(No)” 답변이 나온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사회는 13일(현지 시간) 북에 억류됐던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17개월 만에 식물인간으로 돌아온 데 경악을 금치 못하며 반북 정서로 들끓는 상황이다. 북한은 웜비어의 석방을 ‘우호적 제스처’로 포장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화 채널을 열겠다는 의도가 있을지 모르나 북한을 제외한 전 세계는 북한 정권의 잔인한 인권 현실에 경악하고 있다. 미 하원은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을 의결했고 언론에서는 북한 여행 금지와 대북 압박 강화를 주문했다. 북-미 대화 가능성은 더 희박해진 상황에서 정부가 돌발 제안으로 대북정책의 시계를 햇볕정책 시대로 되돌리려 한다면 한미 관계에 난기류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그제 문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관련된 10·4정상선언 등 남북 합의를 국회 비준을 거쳐 법제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문제가 있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 목숨 바쳐 지켜낸 영해선이 무력화된다면 국민적 반발이 생길 것이 뻔하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전방위 압박하는 상황에서 13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개성공단 재개 의사를 피력한 것 역시 경솔한 발언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의 조율 없이 대북 유화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은 물론이고 한미동맹에도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존 매케인 미 상원 군사위원장이 문 대통령과의 면담 일정을 둘러싼 문제로 지난달 방한을 취소한 것도 이 정부의 대응이 치밀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한국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기 위해서라도 굳건한 동맹 관계의 유지가 필수적임을 명심해야 한다.
#문재인#6·15남북공동선언#한미 정상회담#대북 유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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