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블랙리스트 뒷북 감사… 새 정부는 ‘화이트리스트’ 유혹 끊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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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감사 결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 등 10개 기관이 2014년부터 3년간 문화예술인·단체의 사업 444건을 부당하게 지원에서 배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어제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4년 10월 정치편향적인 작품 지원 배제 방안을 검토하라는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의 지시에 따라 ‘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및 지원 방안’을 만들어 산하 기관에 이행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블랙리스트 대상은 8000여 진보성향 문화예술계 인사와 3000여 단체였다.

과거 정권에서도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있었다고는 하나 이처럼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은 박근혜 정부가 처음일 것이다. 블랙리스트 범죄의 머리는 청와대이고 문체부는 손발이었으나 감사원은 상급자의 위법, 부당한 지시는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들어 문체부 간부 19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공직자들은 감사원 감사를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설령 노태강 차관처럼 ‘나쁜 사람’으로 지목돼 불이익을 받더라도 권력 아닌 ‘국민의 공복’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지난 정부의 블랙리스트는 이번 감사로 근절된다고 해도 청와대가 문화예술에 지나친 관심을 두는 순간, 보수 예술인을 배제하는 역(逆)블랙리스트나 진보 인사들을 우선 지원하는 화이트리스트가 다시 나올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문화예술 분야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 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 대선 공약을 확실히 이행해야 한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이 2015년부터 불거졌음에도 이제야 감사가 이뤄진 것은 유감스럽다. 감사원은 지난해 말 국회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탄핵소추하고 감사를 요구할 때까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감사원 역시 눈치감사나 늑장감사에 대한 엄중한 반성과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감사#팔 길이 원칙#문화계 블랙리스트#박근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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