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 돌아간 사드 환경영향평가… 1년 넘게 걸릴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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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너간 사드 연내배치 완료… 靑, 환경평가 재검토 지시


5일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에 대한 ‘적정한 환경영향평가’ 지시는 ‘절차적 정당성’을 내세워 일단 미중과의 의견을 조율할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 사드 배치 최장 1년 이상 소요될 수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환경영향평가의 절차적 정당성을 더 높이라는 지침이므로 관련 방안을 검토하고, 통수권자의 통수지침도 확실히 구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영향평가는 부지 규모 등에 따라 ①전략 ②일반 ③소규모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33만 m² 미만)는 평가 항목이 가장 적고, 공청회 등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생략할 수 있어 최장 6개월 안에 끝낼 수 있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주한미군에 공여된 사드 부지는 약 32만8779m²다. 따라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이라는 게 국방부의 기존 설명이다.

국방부는 작년 12월 사드 부지의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를 선정해 이달 중 평가를 끝내고 기지 공사를 거쳐 추가 반입된 사드 발사대 4대를 배치해 올해 안으로 1개 포대의 실전 운용 태세를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런 과정을 군의 환경영향평가 회피 시도로 규정하고, 평가를 새로 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군 당국자는 “평가항목도 많고, 절차도 까다로운 일반 또는 전략환경영향평가로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할 경우 최장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군 당국이 33만 m²에 채 못 미치는 부지를 주한미군에 공여한 것이 사드의 조속한 배치를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선정된 부지 모양이 거꾸로 된 ‘유(U)’자형인데 가운데 부분을 제외토록 기형적으로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며 “환경영향평가법상 전략환경영향평가 내지 그 자체를 회피하려 한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군이 주한미군에 2단계에 걸친 사드 부지 공여 계획을 비공개로 추진했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된 점도 대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려 한 정황으로 청와대는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 발표대로 군이 애초 70만 m²인 부지를 2개로 쪼개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려 한 의도가 밝혀진다면 다시 정식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군에 공여한 사드 부지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있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은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이기 때문이다.

○ 성주기지 사드 레이더 가동 중단?

청와대의 환경영향평가 재검토 방침에 따라 경북 성주기지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AN/TPY-2)의 운용 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사드 환경영향평가의 핵심 쟁점이 레이더 전자파의 유해성 여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철저한 환경영향평가를 통한 절차적 정당성을 공언한 만큼 평가가 끝날 때까지 사드 레이더의 가동 시간을 단축하거나 북한의 도발 위협이 없을 경우 작동을 멈추도록 주한미군에 요청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태로 연내 사드 배치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미국과의 이견이 불거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미국에 사드 배치를 위한 국내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충분히 설명해 이해를 구했다며 한미 간 외교 이슈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에 선을 긋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에 이번 사태의 조사 결과 등을 설명했고 미국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 정의용, 美 미사일방어청장 면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이 5일 청와대를 예방한 제임스 시링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청장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이 5일 청와대를 예방한 제임스 시링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청장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요청으로 미국의 사드 책임자인 제임스 시링 국방부 미사일방어청장과 면담을 갖고 이날 조사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정 실장은 “사드 관련 투명성 확보를 위한 국내적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사드 배치 재검토 과정은 국익과 안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한미동맹의 기본 정신에 입각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브룩스 사령관 등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며 신뢰한다고 표명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문병기·이미지 기자
#사드#연내배치#청와대#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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