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유권자가 ‘新중도층’ 주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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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판 흔드는 新중도층 분석

5·9대선을 27일 앞두고 대선 지형을 뒤흔들고 있는 ‘신(新)중도층’은 전체 유권자의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중도층은 보수와 진보 진영의 극단적 대결을 거부하는 ‘극단 회피 심리’로 후보를 선택하는 새로운 중도층이다. 지난해 4·13총선 당시 국민의당의 약진을 이끈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 과정을 거치며 대선 결과를 좌우할 만큼 규모가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나올지는 미지수다.

○ 점점 덩치 키우는 신중도층

매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지난주 35%였다.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지난달 10일 발표한 한국갤럽의 안 후보 지지율은 9%였다. 한 달 새 26%포인트가 뛰어오른 것이다.

안 후보에 앞서 ‘지지율 퀀텀점프(대약진)’를 이룬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헌재의 탄핵 심판이 한창이던 2월 셋째 주 최고치인 22%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안 지사가 처음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이름을 올린 지난해 10월 둘째 주 당시 지지율은 4%였다. 안 지사도 신중도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4개월여 만에 18%포인트를 끌어올린 셈이다.

안 지사에게 쏠렸던 신중도층에 적지 않은 보수층이 가세하면서 안철수 후보 지지율은 안 지사보다 더 크게 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만큼 보수층이 신중도층으로 옮겨가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전주 대비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 폭이 가장 큰 연령대는 50대(23%포인트)였다. ‘86그룹(1980년대 학번, 1960년대생)’이 대거 합류한 50대는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 세대로 꼽힌다. 정치적으로는 진보적 성향이 있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면서도 경제·안보에는 보수적 성향을 띠어 급격한 변화에 반대하는 극단 회피 심리가 가장 두드러진 세대라는 의미다. 이어 60대 이상(20%포인트), 40대(18%포인트)에도 신중도층이 넓게 포진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그들은 투표장까지 나올까

대선이 임박하면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지지 후보가 없다’는 무응답층도 크게 줄고 있다. 지난달 첫째 주 조사 당시 무응답층은 21%였지만 이달 첫째 주 조사에선 13%로 8%포인트가 줄었다. 이들 중 상당수도 신중도층에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들이 투표장까지 나오느냐다.

행동경제학에선 소비자의 극단 회피 성향이 상품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본다. 상당수 소비자가 가장 비싸고 큰 제품과 가장 싸고 작은 제품 사이에서 중간치 상품을 구입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선거는 다르다. 흔히 선거 캠페인은 지지층에 투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한다. 만약 A 후보가 좋아서라기보다 B 후보가 싫어 A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라면 A 후보의 선거 캠페인보다 B 후보의 행태에 따라 투표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B 후보가 통합이나 중도 쪽으로 이동하면 투표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7, 8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로 23.0%는 ‘다른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마땅히 지지할 후보가 없어서’라고 답했다. 이들의 투표 여부에 5·9대선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대선#50대#중도#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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