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최태민, 박근혜에 아시아의 큰 지도자 될 거라고 세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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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3월 31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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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 사진=채널A ‘외부자들‘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 사진=채널A ‘외부자들‘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이 한 때 정치적 동지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에 대해 "또 하나의 '역사'가 시작됐다"며 "법과 원칙이라는 이름 아래 누구나 같은 대우를, 책임을 묻겠다는 당연한 역사 말이다"라고 평했다.

전 전 의원은 31일 자신의 블로그에 박 전 대통령의 구속에 대한 단상을 남겼다.
그는 "우리 국민의 이성적이고 냉철한 인식도 뜻깊었다"라며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뜨거움, 애정, 동정, 약자에 대한 곁 주기 등 우리 사회를 더 나아가게 하지 못했던 '감정 과잉'이 이번에 반듯하고 서늘한 이성적 대응으로 바뀐 것 역시 커다란 사회적 성숙이자 시민의 성장이라고 본다"라고 긍정적으로 봤다.

또 "저는 박 전 대통령의 추락을 지켜보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인생의 가르침을 떠올렸다"라면서 "그것은 '능력에 맞게 살자', '욕심내지 말자'였다"고 밝혔다.

전 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비극은 '무능'과 '과욕'이었다"라며 "자신의 능력이 전두환 전 대통령도 지적했을 정도로 나랏일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23살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부터 대통령이 되겠다고 열망했다"라면서 "그리 뛰어나지 못한 하지만 권력욕만큼은 활활 타오르는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여성에게 성냥불을 훅 그어댄 사람은 최태민이었다"고 강조했다.


전 전 의원은 "최태민과 박근혜는 서로 욕망이 불꽃을 튀긴 권력관계였다"라면서 "최태민은 박근혜에게 운명과 계시를 말하면서 아시아의 큰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세뇌했고, 박근혜는 평생을 그 가르침 속에서 살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는 두 사람과 주변인들의 비극뿐 아니라 이 나라의 비극을 가져왔다"라면서 "어둠의 딸인 최순실은 박근혜에게 찰싹 붙어서 그녀를 조종하고 조련했다"고 질타했다.

또 "(최순실이) 아버지를 대신해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라면서 "이 과정에서 우리 국민은 '거대한 사기극'의 구경꾼이 됐다"라고 밝혔다.

전 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을 아이돌로 비유하며 "우리가 낸 입장료는 어떤 뮤지컬 티켓보다도 비쌌다. 노래와 춤에 능한 스타인 줄 알았는데 노래 한 소절도 부르지 못하는 모양새만 신경 쓰는 게으른 아이돌이었다"라며 "환불하고 싶었지만 우리는 그 사기꾼 기획사와 아이돌을 무대에서 내려오게 했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 어둠의 터널을 지났다"라며 "성숙하고 현명한 유권자의 눈으로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자. 저는 오늘을 감히 희망이 시작된 날로 부르고 싶다"고 글을 맺었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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