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필요한 北이 ‘양자 암호 통신’ 개발?…기술 개발 성공 주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8일 15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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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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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양자 암호 보안체계를 발명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대외 선전매체인 ‘내나라’는 “김일성대학의 과학자들이 양자암호 통신 기술 개발에 성공, 핵심 기술을 확보해 각종 해킹과 도청 가능성을 차단하여 북한 주민들에게 밝은 미래가 열리게 되었다”고 24일 보도했다. 또 “맞춤형 회로를 설계함으로써 해당 기술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해결했으며 ‘이미지, 소리, 문서 등 모든 통신 내용’을 안전하게 암호화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양자 암호 통신은 빛 알갱이 입자인 광자(光子)를 이용한 통신을 말한다. 현재 통신망은 신호 줄기의 끊김과 이어짐으로 디지털 신호인 ‘0’과 ‘1’을 구분해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보안을 위해 암호키를 사용하지만 이게 유출되면 관련 정보가 빠져나갈 수 있다. 하지만 광자 통신은 정보를 보내는 쪽과 받는 쪽 끝단에 각각 양자 암호키 분배기(QKD)를 설치하고 매번 다른 암호키를 이용해 0 또는 1을 결정하기 때문에 해킹이나 도청이 불가능하다.

북한은 외부 인터넷 환경으로부터 차단돼있어 전통적 해킹의 위험으로부터 매우 안전하다. 북한이 양자암호 기술을 완벽하게 개발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비밀스러운 인터넷 시스템이 더욱 강력한 보안 프로그램을 갖추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북한이 군사 분야에 양자 암호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한국이 북한 내부를 도·감청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북한이 개발했다는 기술이 실험실 밖을 벗어나 현실에서 상용화할 수 있을지 여부다. 양자 키방식은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으나 아직까지는 비싸고 범위와 확장성에 제한이 있다. 현재까지 양자암호를 이용한 최장 거리 송신은 중국팀이 전송한 404㎞다. 한국의 경우 2015년 양자암호통신망 국책과제를 수주한 SK텔레콤 컨소시엄이 2016년 1단계 사업으로 SK텔레콤 분당사옥과 용인집중국 간 왕복 68㎞ 등 4개 구간에 시험망을 구축했다. 이처럼 양자 암호 통신을 상용화하는 것은 통신 선진국에게도 매우 어려운 난제다.

또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도·감청이 일상적인 북한이 과연 이를 상용화시킬 의지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양자 통신을 도입하면 외부의 해킹에서 자유로울 순 있겠지만 내부 도청이 불가능해 주민 통제엔 반대로 독약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 때문에 북한이 양자 통신을 실용화한다고 해도 김정은과 주변 측근들을 위한 용도로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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