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수배! 국격 떨어뜨리는 ‘법꾸라지 우병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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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들 “현상금 1200만원… 법 심판대 세우자” 잠적한 우병우 찾기

《 12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H아파트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49) 자택 현관 앞. 날짜 지난 신문, 광고 전단이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국민의 준엄한 부름을 담은 ‘대한민국 국회’ 명의의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 2차 출석요구서도 철저히 무시당한 채 놓여 있었다. 초인종을 눌러도 대답이 없고, 한참 내부에 귀를 기울여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주차장에도 우 전 수석의 차는 보이지 않았다. 》


 
한때 청와대에서 국민 여론과 민심 동향을 파악하고 공직 및 사회 기강을 바로잡는 역할을 맡아 현 정부 실세로 불리며 기세등등했던 우 전 수석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의 국정 농단을 알고서도 묵인했거나 방조한 의혹을 받고 있는 그가 ‘잠수’를 탄 것이다. 아파트 경비원은 “지난 3주 동안 우 전 수석이 발걸음을 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대표(76)의 강남구 논현동 집도 마찬가지였다.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출석요구서는 우편함에 덩그러니 있었다. 김 대표는 사위가 청와대에 입성한 직후인 2014년 6월 최 씨와 골프 회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 ‘국격(國格)’ 떨어뜨리는 우 전 수석

 
검찰 출신으로 차관급 공직을 지낸 우 전 수석이 자취를 감추면서 정치권은 물론 국민도 분노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정조사 특위의 청문회 출석요구서가 처음 송달된 때부터만 해도 그의 ‘도피 행각’ 기간은 16일이 넘는다.

 우 전 수석은 2차 청문회가 열린 7일에도 잠행하며 출석요구서와 동행명령서를 받지 않았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정조사 출석요구를 받은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할 경우 최대 징역 3년 또는 벌금 1000만 원에 처할 수 있지만 본인이 직접 출석요구서를 수령해야 적용된다. 누구보다 법을 잘 아는 우 전 수석은 이런 맹점을 알고 의도적으로 출석요구서를 수령하지 않고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행태에 비춰 그를 ‘법꾸라지’(법률+미꾸라지)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42)는 “법률 지식을 악용해 민주주의에 반하는 행동으로 국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를 하고 있다”라며 비판했다. 국민의 분노도 높아지고 있다. 우 전 수석의 이웃인 정모 씨(61·여)는 “그렇게 기세등등하더니 국회의 부름을 거부하고 사라졌다는 데에 화가 난다. 나랏일을 한 사람이 일말의 책임감도 못 느끼다니 참 한심하다”라고 지적했다. 대학생 공모 씨(26)도 “대통령 탄핵안도 가결된 마당에 본인만 살겠다고 안 나오는 건 비겁하다. 잘못한 게 있다면 나와서 사과하고 아니면 아니라고 해명하는 성의는 보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비록 ‘모르쇠’로 일관했지만 적어도 청문회에 출석은 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7)과 대조하며 우 전 수석을 비난하는 국민도 많다. 김 전 실장은 80세 가까운 노구에 심장병도 있었지만 7일 청문회에 나와 12시간 넘게 자리를 지켰다. 그는 청문회에서 “제 심장에 스텐트도 7개 박혔고 어젯밤에도 통증이 와서 입원할까 했지만 국회가 부르는 건 국민이 부르는 것으로 생각하고 힘든 몸을 이끌고 나왔다”라며 “국회가 부르면 당연히 와서 진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간접으로 우 전 수석을 비판하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의 무책임한 태도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강남 땅 특혜 거래, 최순실 게이트 연루 등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특유의 싸늘한 태도로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취지로 대응했다. 동아일보가 그의 장모 김 씨와 최 씨의 골프 회동을 단독 보도한 뒤 우 전 수석은 지난달 29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왜 내가 한 일이 아니고 주변에서 한 일을 뭔가 엄청난 것처럼 그러는지 모르겠다”라며 꼬리 자르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 정치권-누리꾼 합심, ‘우병우 찾기’

 정치권과 누리꾼들은 ‘우병우 공개 수배’에 나섰다. 일부 전현직 의원은 현상금까지 내걸었다. 7일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 200만 원(추후 300만 원 추가)을 낸 것을 시작으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500만 원)과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100만 원),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100만 원) 등이 합류하며 현상금은 현재 1200만 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누리꾼들도 현상금 포스터와 각종 패러디물을 만들며 호응하고 있다. 일부는 우 전 수석에게 현상금이 걸리자 ‘불경기 속 최고의 알바’라 부르며 수사대를 자청했다.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의 누리꾼들은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에 3시간째 잠복하고 있다”라거나 “흰색 벤츠를 타고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라는 등의 글을 올리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누리꾼들의 이런 모습은 국정을 농단한 모든 관련자를 소환해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는 평가다.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6)는 “‘우병우 찾기’는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버티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촛불 민심’과 닮았다”라며 “국정과 법치주의 질서의 혼란을 불러온 관련자의 처벌을 촉구하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우병우#현상금#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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