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은 최순실에 이용당했을 뿐?… 檢 ‘법적 면죄부’ 꺼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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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간접정범’ 법리적용 가능성 논란

 
“미르재단의 대기업 모금에 검찰 수사팀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간접정범(間接正犯)’ 법리를 적용하는 것 아니냐.”

 최순실 씨(60·구속)의 국정 농단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 주변에서는 낯선 법률용어인 ‘간접정범’이라는 단어가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간접정범은 의사가 아무것도 모르는 간호사를 시켜 환자에게 독약을 주사하도록 한 경우 자신이 한 일이 범죄인 줄 몰랐다는 간호사를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다. 박 대통령이 최 씨와 공모해 불법적인 재단 모금을 지시했다는 증거를 검찰이 확보하지 못할 때는 재단 모금과 관련해서만큼은 ‘최 씨가 박 대통령을 속였다’는 잠정 결론을 내리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박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은 크게 4갈래다. △미르·K스포츠재단 774억 원 강제 모금에 개입했는지 △최 씨에게 연설문 등 청와대 문건을 유출했는지 △KT 임원 선임에 개입했는지 △최 씨가 청와대에 무단출입하도록 방조했는지 등이다.

 의혹 가운데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을 제외한 나머지 의혹은 ‘최 씨→박 대통령→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등 참모진’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안 전 수석을 비롯해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쪽은 “대통령의 핵심 정책 사항을 적극적으로 이행했고 재단 모금을 강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 씨도 “내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문화정책을 짜고 연설문을 수정하겠느냐. 태블릿PC도 내 것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어떤 지시를 했는지는 확인했지만 최 씨로부터 어떤 부탁을 받았는지는 전혀 확인을 하지 못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 씨가 자백하지 않은 내용, 즉 본인의 혐의를 박 대통령이 검찰에서 인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검찰 조사에서 “문화융성을 위한 목적으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참모들에게 지시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검찰에 주어진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 박 대통령을 최 씨와 적극적 공모 관계였다고 판단하거나 조사된 내용을 그대로 공개하되 박 대통령은 여러 정황에 비춰 볼 때 범행에 가담할 뜻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리는 것이다. 검찰이 두 번째 선택지를 정답으로 선택하기 위해서는 간접정범 법리를 들고 나올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박 대통령이 롯데그룹에서 70억 원을 추가로 출연받은 부분과 삼성전자의 정유라 씨(20)에 대한 35억 원대 특혜성 자금의 대가성을 규명할 때는 박 대통령에게는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하지만 검찰은 대기업 총수들로부터 자금의 대가성을 규명할 진술을 아직 확보하지 못해 상황이 여의치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독대에 대해 “박 대통령이 ‘문화융성’에 협력해 달라는 원론적 얘기가 오갔을 뿐 재원 모금을 부탁한 적이 없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또 “삼성이 지원한 구체적 액수는 알지 못했고 이를 사후에 보고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삼성전자의 정 씨 특혜 지원 의혹에 대해서는 “자금 지원 자체를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런 상황에서 특수본이 어떤 결론을 내든 논란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단 모금에 대해 최 씨와 안 전 수석을 직권남용 공동정범으로 구속하면서 박 대통령만 간접정범 논리로 빼낼 경우 ‘대통령 구하기’라는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또 적극적 공모 관계를 인정할 진술과 증거가 없이 검찰이 “최 씨와 박 대통령의 공모 관계가 인정된다”고 발표하는 것은 더 어렵다. 이는 박 대통령의 탄핵이나 하야에 대한 법률적 근거를 검찰이 마련해주는 셈이 되는 만큼 자칫 법정에서 무죄가 선고될 경우 ‘현직 대통령’을 기소한 검찰이 그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특검에 한 번만 출석해 조사받는 게 낫기 때문에 검찰의 조사 요청에 순순히 응할지도 미지수다.

 특수본은 포스코 전무 J 씨 인사에 청와대 입김이 작용한 정황을 포착했다. 또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에서 ‘미르·K스포츠재단과 비선 실세에 대한 검토 의견’ 등 재단 설립에 대한 법률적 검토 내용 등이 담긴 문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석준 eulius@donga.com·신나리·김민 기자
#박근혜#최순실#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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