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빠른 매듭 무리수 요란만 떤 ‘빈손 수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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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구속만기일前 조사’ 고집… 준비 부족한채 기업 총수들 불러
“모금 잘 모른다” 뻔한 답변만 들어… 朴대통령 조기 조사도 부실 우려
여야3당 특검법 합의… 17일 처리

  ‘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싼 공분이 거세지는 가운데 검찰이 최순실 씨(60·구속) 기소 일정에 맞춰 성급하게 수사 일정을 짜다가 정작 국민이 가장 원하는 ‘실체 규명’에는 다가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야가 합의한 특별검사법 가동에 앞서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 및 대기업 총수들을 직접 조사했다는 점을 부각하려다 보니 필수적인 수사 단계가 생략되고 있다는 지적도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12, 13일에 걸쳐 소환된 대기업 총수들은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조사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모금 과정 등에 대해 “실무자들이 처리한 일이라 잘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일부는 “이전 정권부터 정부가 추진하는 일이라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돈을 냈고, 이번 모금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런 상황은 검찰 스스로가 진실 규명보다는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소방수’ 역할을 자임하면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기업들이 두 재단에 낸 774억 원의 출연금에 대가성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풀기 위해서는 기업들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검찰은 충분한 사전준비 없이 ‘기습 작전’하듯 총수들을 불렀다. 애초부터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죄 대신에 입증이 쉬운 직권남용이나 강요죄를 적용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최 씨의 기소 시점에 박 대통령을 비롯한 수사 일정을 맞춘 점도 논란을 낳고 있다. 최 씨의 혐의 중 일부만 기소한 뒤 충분한 보강수사로 박 대통령과의 직접 연관 혐의를 밝혀 공소장을 변경하거나 추가 기소하는 방법이 있지만 검찰은 최 씨 구속 만기일(20일) 전에 모든 당사자를 조사하는 것을 고집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박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을 여러 차례 조사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이 영원히 묻혀버릴 수도 있다.

 한편 이날 여야 3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박근혜 정부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을 17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강경석 기자
#최순실#모금#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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