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우리들의 일그러진 교수님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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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르재단 초대 이사장을 지낸 김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장은 지난달 참고인으로 검찰에 출두하며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것이 없다”고 말했다. ‘최순실 사태’에 얽혀 들었지만 떳떳하다는 뜻일 게다. 한국 전통문화를 널리 알린다는 미르에 무보수 비상임 이사장으로 봉사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는 “이사장 한다고 돈이 나와요, 권력이 나와요”라고 항변했지만 아무 감투나 덥석 받다간 봉변을 당할 수 있다.

 ▷오늘 피의자로 검찰에 불려가는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은 성균관대 교수가 본업이다. 미국 ‘아이비리그’ 못지않다는 명문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강석훈 대통령경제수석과 최경환, 유승민 의원과 함께 한때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위스콘신 4인방’으로 불렸다. 박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 개념을 만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그런 그가 대기업으로부터 돈을 ‘뜯어낸’ 것을 어떤 경제학 이론으로 설명할지 궁금하다.

 ▷요즘 많은 교수가 ‘일할 맛 안 난다’고 푸념한다고 한다.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으로 운신에 제약이 따르고 짭짤했던 부수입도 크게 줄어든 탓이다. 관행적으로 챙기던 논문심사비가 사라졌고 외부 강연료에도 상한선이 그어졌다. 강연료 한도가 시간당 20만 원인 국립대 교수는 시간당 100만 원인 사립대 교수를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요즘 세상에 여전히 교수만 한 직업이 없다고들 한다.

 ▷겸직을 금지한 국회법 시행 이후 교수들은 장차관이나 공공기관장, 위원장 자리에도 눈독을 들인다. 고위 공무원이나 기업 임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대학원이나 최고위 과정 등에 참여해 인맥을 쌓는 일도 출세를 염두에 둔 활동이다. 학생 몫인 인건비를 가로채 제 자식 유학비로 쓰거나 부동산을 장만한 파렴치한 교수들은 연구와 강의에 전념하는 ‘진정한’ 교수들까지 얼굴을 못 들게 한다. 이들에게 사도(師道)의 길 같은 말을 꺼내면 “무슨 봉건시대의 유물?” 식의 반응을 보일지도 모르겠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
#국회법#교수#안종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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