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순실 차은택 떳떳하다면 굳이 국감 출석 막는 까닭 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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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설립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라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와 CF 감독 차은택 씨(전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의 국회 국정감사 증인 채택이 무산됐다. 야당은 문화체육관광부 종합감사가 열리는 13일에 두 사람을 불러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이 응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두 재단과 관련된 증인 채택 얘기만 나오면 마치 경기(驚氣)를 일으키다시피하며 방어에 나서고 있다.

 미르재단은 작년 10월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기업들에 협조 공문을 보낸 뒤 48시간 만에 일사천리로 현판식까지 마쳤다. 기동작전 같은 설립 과정이 그간 국감에서 드러났다. 최 씨가 단골로 드나드는 스포츠마사지센터의 원장이 K재단 2대 이사장을 맡아 배후에 최 씨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두 재단이 박 대통령 사저(私邸)와 가까워 대통령 퇴임 후를 준비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최 씨와 가깝고 ‘문화계의 황태자’로 불린다는 차 씨는 전 문체부 장관이 스승이고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은 외삼촌이다. 그가 미르재단 이사진 선임을 주도하고 사무실도 자기 후배 이름으로 빌렸다고 한다. 그가 주관하던 문화창조벤처단지 조성사업에 한국관광공사가 171억 원을 지원했고 기획재정부는 이 예산 증액 요청을 하루 만에 승인했다. 올 5월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때 체결된 K타워 관련 양해각서에 생긴 지 1년도 안 된 미르재단이 추진 주체로 등장한다. 이쯤 되면 근거 없고 무책임한 의혹 제기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청와대와 여당은 야당의 의혹 제기를 정치 공세라거나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만 말한다. 그렇다면 당사자들이 떳떳하게 나서 사실을 밝히지 못할 이유가 뭔가. 시민단체의 고발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야당은 벌써부터 특별검사 도입을 언급한다. 청와대와 여당이 감추면 감출수록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사촌형부가 대표로 있는 동양물산이 기업의 인수합병을 촉진하기 위한 원샷법(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의 첫 수혜자가 됐다는 것도 개운치 않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동양물산의 산업은행 자회사 인수가 특혜가 아니라지만 국민의 시선은 다르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다섯 번째로 최저치인 29%(한국갤럽 7일 발표)로 떨어진 것도 이런 의혹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정서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역대 어느 정권이나 임기 말 대통령의 레임덕은 측근과 친인척 비리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잊고 있다면 큰일이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최순실#차은택#국감 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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