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사저 의혹 꺼낸 박지원의 ‘무책임 국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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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사저(私邸) 관련 의혹을 제기해 논란을 초래했다. 박 위원장은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의 지시로 국가정보원이 박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 터를 물색했다”며 “야당이 정보를 입수해 파고들자 해당 직원을 내근 부서로 보냈다”고 주장했다. 언뜻 들으면 청와대가 국정원까지 동원해 부당하게 박 대통령 사저 이전을 다뤘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청와대는 “박 대통령은 퇴임 후 서울 삼성동 사저로 복귀할 예정”이라며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박 위원장은 5일 “저는 확실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재반박했지만 근거를 밝히지는 못했다.

 청와대가 설혹 대통령의 사저를 물색했다고 해도 그 자체로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국정원이 관여했다고 해도 퇴임 대통령 사저의 보안이나 경호에는 대통령경호실과 국정원이 관여하기 때문에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전임 이명박 대통령 시절인 2011년 당시 민주당이 “대통령이 부담해야 할 사저 터 구입비 중 일부를 대통령실이 국민 세금으로 부담했다”는 의혹을 터뜨렸고, 특검 수사에서 경호실이 부담했음이 밝혀진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사저 매입’이라는 말만 나와도 뭔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들린다. 박 위원장은 이런 효과를 노렸을 것이다.

 박 위원장이 대통령 사저 관련 의혹을 서울고검 국감장에서 제기한 까닭도 이해할 수 없다. 아마도 박 대통령의 1일 국군의날 경축사를 놓고 박 위원장이 청와대와 언쟁을 벌인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박 대통령이 북한 주민을 향해 “언제든지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라”고 연설한 데 대해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가 햇볕정책을 주도한 박 위원장을 향해 “북한에 약점 잡힌 게 있느냐”고 비판했고, 다시 박 위원장이 “떳떳하게 실명을 밝히라”고 되받는 논란을 벌였다.

 사실 확인은 의혹 제기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만 늘어놓아서는 무의미한 정쟁으로 끝나고 만다. 일개 의원도 아니고 공당(公黨)의 대표가 교묘히 과거의 불법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근거도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니 무책임하다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의혹만 잔뜩 늘어놓는 국감이 아니라 의혹을 사실로 증명해 국민의 답답한 속을 풀어주는 국감이라야 국민의 박수를 받을 것이다.
#국민의당#박지원#대통령 사저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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