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한의 美 무력자산 과녁 될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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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F 외교장관 회의 폐막]北, 외교무대서 ‘사드 타격’ 공개위협
“美 인권문제로 최고존엄 모독” 주장도
中 노골적 사드 비판에 한국 ‘수세’ 러도 사드반대 성명 유엔에 제출
대북제재 협조만 호소하는 한국외교 ‘힘의 균형 추구’ 中전략에 속수무책

‘11(한국) 대 5(북한).’

라오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남북한 외교 수장이 가진 양자회담 횟수에서 한국은 북한에 약 ‘2 대 1’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한국은 북한과의 대결 외교에 집중하면서도 정작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외교의 구조적 어려움을 타개하는 데에선 뚜렷한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미디어의 대북 관심을 활용하기도 했다. 이 외무상은 ARF 회의 직후 인터뷰를 자청한 자리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거론하며 “미국의 핵전략 자산 또 하나가 조선(한)반도 남부에 들어오게 된다”며 “핵보유국 미국의 무력이 있거나 이런 경우에 아무래도 그런 대상은 과녁이 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사드가 배치되면 이를 타격하겠다는 무력 도발 위협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또 비핵화 노력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에, 남북대화는 한국의 거절 때문에 무산됐다고 말해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사태 악화의 책임을 모두 한미에 돌렸다.

그가 24일 라오스에 도착한 뒤 북핵 등 현안에 대해 공개적인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런 자리에서 북한이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의 태도에 따라 5차 핵실험까지 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등 구태를 벗지 못한 셈이다.

그는 한반도 주변의 정세 악화 원인으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꼽은 뒤 “최근 인권 문제를 걸고 우리 최고 존엄(김정은)까지 모독함으로써 최대의 적대 행위를 감행하기에 이르렀다”며 “이는 선전포고와 같다”고 주장했다.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이번 회의 기간에 적나라한 표현으로 한국에 공격을 퍼부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4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나 “최근 한국 행위는 쌍방(양국)의 호상(상호) 신뢰 기초에 해를 끼쳤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반면 왕 부장은 25일 이용호 외무상과 가진 북-중 회담 때는 웃으며 문 앞에까지 나가 악수로 맞이한 뒤 “중국과 북한은 전통적 우호 관계이며 소통 강화, 협력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류 속에서 한국이 뾰족한 해법을 만들지 못하면 중국의 대남 압박 외교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중국은 한반도에서 사드 배치로 한미의 힘이 북-중을 압도하자 북한에 힘을 실어 균형을 맞추는 관리외교를 작동시킨 것”이라며 “동북아에서도 북핵보다 세력 균형을 중시하는 중국에 있어 (한국 등) 주변국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 대상”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도 이런 기류에 가세한 형국이다. 러시아는 8일 중국과 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유엔에 제출하고 이를 유엔 총회,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회람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26일 확인됐다.

한국이 대북 압박에 몰두하면서 경직된 외교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외교 교섭의 초점을 대북 압박에 맞추다 보니 상대국의 협조를 구할 수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결과물이 뜻대로 나오지 않는 장면이 반복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참가하는 유일한 지역안보 회의인 ARF에서 북한 외무상 면전에서 ‘도발에 대한 응징’ 메시지를 발신하려고 총력 외교전을 폈다. 하지만 개최국인 라오스는 의장성명 초안에 ‘사드 배치에 우려를 표한다’는 대목까지 넣어 당혹하게 만들었다.

한편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ARF 회의에서 한반도 문제가 핵심 이슈였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북한의 이러한(핵·미사일 실험) 행동들에 실질적인 결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게 한다는 것이 우리의 단호한 태도”라고 말했다.

비엔티안=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주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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