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통령과 각 안 세우려고 병신소리 듣고도 참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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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 1500명과 ‘세 과시’ 행사

“나를 믿고 힘 모아달라”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14일 당 대표 당선 
2주년 기념 행사에서 지지자들의 연호에 환하게 웃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정운천 정병국 한선교 의원, 권오을 전 의원.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나를 믿고 힘 모아달라”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14일 당 대표 당선 2주년 기념 행사에서 지지자들의 연호에 환하게 웃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정운천 정병국 한선교 의원, 권오을 전 의원.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14일 당 대표 당선 2주년을 맞아 대규모 행사를 열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며 “내가 선봉에 서겠다. 믿고 힘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행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1500여 명의 지지자가 모여 사실상 대선 출정식과 같은 분위기였다.

김 전 대표는 이날 “나라를 위해 이제 맞서 싸우고 할 말은 하겠다”며 본격적으로 정치 행보를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 개헌 필요성을 강조해 왔던 김 전 대표는 “여야 간 연정을 할 수 있는 권력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총선 공천 파동에 대해선 “집권 여당 대표로서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 안 된다는 생각에 병신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참고 참았다”며 “국민공천제 약속을 지키려다 반대하는 세력에 의해 몰매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는 4·13총선 참패 후 자숙 모드를 이어갔지만 꼭 3개월 만에 대선 주자로서 본격적 행보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박근혜 대통령은 비슷한 시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 참석차 몽골로 출국했다. 김 전 대표는 행사 직후 ‘사실상 대권 선언이라고 봐도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내가 대권에 나서겠다고 한 적이 없다”면서 “여론조사에도 ‘내 이름을 빼 달라’고 아무리 사정해도 안 빼줬다”고 언론 탓을 했다.

친박(친박근혜)계는 반발했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총선 패배의 한 축인 김 전 대표가 친박계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것”이라면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세몰이에 나설 것이 아니라 자중할 때”라고 비판했다.

8·9전당대회 레이스도 본격화하고 있다. 공천 탈락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복당한 주호영 의원(4선·대구 수성을)은 ‘당 화합의 적임자’를 자처하며 대표 경선에 나서기로 했다. 주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친박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대결로 전당대회가 치러져서는 새누리당에 도움이 전혀 안 된다”면서 당 화합을 위해 당 대표에 도전할 뜻을 밝혔다. 주 의원의 출마 결심으로 지금까지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는 이주영 정병국 한선교 김용태 이정현 의원을 포함해 6명으로 늘었다. 서청원 의원은 출마 여부를 놓고 장고 중이며, 나경원 의원은 불출마 쪽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 의원 측 인사는 “출마 가능성은 여전히 반반”이라며 “이번 주말에는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본다”고 결심의 마지막 단계임을 내비쳤다.

한편 출마자가 늘면서 이번 전당대회에서 도입될 컷오프(예비심사) 방식이 변수로 떠올랐다. 친박계는 컷오프를 통해 3명의 후보만 본선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 의원이 출마할 경우 친박계 주자의 본선 진출을 최소화해 표 분산을 막겠다는 의도다. 반면 비박계는 4, 5명이 본선에서 겨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박계 단일 후보와 다수의 친박계 후보가 경쟁하는 구도가 유리하다는 속내가 작용했다.

류병수 기자 gamja@donga.com·강경석 기자
#김무성#박근혜#대통령#새누리#친박#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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