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조업권 사들여 서해 유린하는 中어선 구경만 해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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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올해 중국에 평년보다 3배 많은 1500척 규모의 어업 조업권을 팔고 3000만 달러(약 343억 원)를 받았다고 국가정보원이 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중국 어선들이 연평도 부근의 황금어장은 물론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까지 떼 지어 몰려와 불법 조업하는 이유가 밝혀진 셈이다. 서해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은 100만여 척, 어민이 무려 3000만 명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작년보다 무기 수출이 88% 급감하고, 석탄 수출도 40% 감소하다 보니 북은 조업료 수입에 더 매달렸을 것이다. 국정원은 “중국 어선 때문에 어획량이 줄고, 환경오염이 심해져 북한 주민의 불만이 높다”고 전했다. 하지만 서해 어장을 유린하는 중국 어선 때문에 더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조업권을 판 적도 없는 우리 어민이다. 중국 어선이 중립수역으로 남북 간에 관리의 사각지대였던 한강 하구까지 출몰하자 우리 군과 해경이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 처음으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야 했다. 서해를 중국 영해로 여기는 듯 기세등등해진 중국과 또 부딪힐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난주 중국을 방문한 황교안 국무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에게 자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단속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사실상 거절을 당했다. 시 주석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고 있지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강력한 단속을 하기 어렵다는 것을 에둘러 말한 셈이다. 시 주석이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에서 서해를 ‘평화협력 우호의 바다’로 만들기로 한 다짐이 무색해졌는데도 황 총리는 항의도 없이 듣고만 있었단 말인가.

유엔은 3월 2일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를 통해 외화 수입원인 석탄 철광 등의 광물 수출을 금지시켰지만 북의 돈줄을 죄는 조치에 조업권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북에 들어가는 모든 외화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개연성이 높은 만큼 추가 도발로 제재를 강화할 경우 조업권도 포함시켜야 한다.
#북한#어업 조업권#대북 제재#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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