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민경’ 휴전이후 첫 투입… 中어선 10여척 몰아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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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하구 불법조업 中어선 퇴출작전

정부가 10일 사상 처음으로 한강 하구 중립수역에 ‘민정경찰(MP)’을 투입하는 등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겨냥해 칼을 빼들었다. 유엔군사령부가 관할하는 한강 하구 중립수역은 육상의 비무장지대(DMZ)처럼 남북한 군사력이 첨예하게 대치하는 지역이다. 우리 군의 중국 어선 단속 활동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나 도발 우려가 높아 한강 하구가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이어 또 다른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중국 어선 10여 척 북한 연안으로 황급히 도주


민경 대원들의 중국 어선 퇴출 작전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40분까지 한강 하구 볼음도와 서검도 북쪽의 중립수역에서 실시됐다. 해군(해병대 포함)과 해경,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요원, 통역 요원 등 24명이 4척의 고속단정(RIB)에 나눠 타고 현장에 출동했다. 민경 대원들은 인근 해상에서 불법 조업 중인 10여 척의 중국 어선에 접근해 고속단정에 설치된 스피커로 ‘귀 선박은 정전협정 위반 구역에 진입했다. 즉각 퇴거하라’는 내용의 방송을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로 내보냈다.

이날 작전 과정에서 민경 대원들이 탄 고속단정과 중국 어선들 사이의 거리는 100∼200m 안팎을 유지했다고 한다. 민경 대원들의 작전이 시작되자 중국 어선들은 황급히 어망을 걷은 뒤 중립수역 내 북한 연안으로 도주했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일부 중국 어선은 어망을 다 회수하지도 못한 채 북측으로 달아났다”며 “간조가 돼 수심이 얕아지고 물골이 좁아지면 중국 어선은 조업을 포기하고 중립수역을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강 하구 중립수역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은 2014년까지 매년 두세 차례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120여 차례, 올해의 경우 5월까지 520여 차례로 급증했다. 또 과거에는 10척 미만이던 중국 어선 규모도 최근에는 30여 척씩 떼로 몰려다니며 한강 하구의 범게와 꽃게, 숭어 등 어족자원을 싹쓸이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중국 어선이 한강 하구에서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퇴출 작전은 계속될 것”이라며 “중국 어선의 대응을 봐가며 작전의 강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어선이 격렬히 저항할 경우 물리적 조치를 동원하고, 최악의 경우 나포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북 도발 빌미 우려, 군 대응책 집중 점검

정전협정에 따르면 남북한은 한강 하구 수역에서 최대 4척의 선박을 운용할 수 있지만 상대편의 만조 기준 수제선(땅과 물의 경계선) 100m 안으로 들어가선 안 된다. 민경 대원들이 탄 고속단정이 중국 어선을 쫓아내는 과정에서 북한의 만조 기준 수제선 100m 안으로 들어갈 경우 북측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합참 관계자는 “민경 대원들이 작전 과정에서 북측 해안과 안전거리를 유지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민경 대원이 탑승한 고속단정에 방탄유리를 부착한 것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조치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남측의 민경 운용에 맞서 북한도 ‘민경대(민정경찰)’를 출동시키는 등 맞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남북 군 장병의 해상 대치 및 조우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남측 민경 대원들이 자국 수역을 침범했다면서 무력시위를 하거나 도발을 해올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군은 해상 민경 대원에 대한 북의 도발 시나리오를 집중 점검하고 대응책을 강구 중이다. 북측 함정이나 해안에서 우리 민경 대원에게 총포격을 가하는 상황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리 민경 대원 활동 시 ‘무인정찰기(UAV)’ 등으로 인근 북한군 동향을 주시하고, 인근에 해군 함정을 대기시켜 북 도발 시 즉각적인 보복 대응에 나서도록 작전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자는 “이날 작전 중에도 인근 해상에 해군 함정과 의무 후송헬기를 대기시키는 등 만반의 대응 태세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 한강 하구 중립수역이란

별도의 군사분계선이 없는 한강 하구 지역에서 남북 간 군사충돌을 막고자 정전협정 후속 합의로 1953년 10월 설정한 완충 구역. 중립수역에는 군용 선박, 무기를 실은 민간 선박의 출입이 제한된다. 민간 선박은 상대측이나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에 등록해 허가를 받은 선박에 한해 진입할 수 있지만 쌍방 연안 100m 내로는 진입할 수 없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민정경찰#중립수역#중국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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