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오늘 4선 이상 중진 의원이 참석하는 연석회의를 열어 사실상 와해된 지도체제 문제를 논의한다.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 구성을 위한 전국위원회를 무산시킨 것이 친박(친박근혜)계인데 대부분 친박계인 중진 의원들이 무슨 쇄신 방안을 내놓을지 모르겠다.
친박의 대변자 격인 김태흠 의원은 “우리가 만든 대통령이 잘한 것은 잘한 대로, 못한 것은 못한 대로 함께 칭찬받고 비판받자는 것”이라며 “정당은 이념이나 목표의 방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해야 한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욕먹을 각오가 돼 있는 사람만이 친박이고, 이런 ‘이념’과 ‘목표’를 공유하지 못하는 비박(비박근혜) 의원들은 당을 떠나라는 말과 마찬가지다. 보수층을 기반으로 한 집권당이 총선 민의를 받들어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각오는커녕 오로지 대통령만 바라보는 모습이다.
친박 핵심 사이에선 ‘박근혜 이후’에도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반기문 대통령, 친박 실세 총리’를 주장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충청 출신 고위공직자 모임 ‘청명회’ 멤버인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이 임명되자 청와대에서도 적극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한을 앞두고 충청향우회중앙회가 어제 주최한 ‘당선자 축하연’에는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을 비롯한 충청 출신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충청! 대망!”으로 건배까지 했다. 반 총장도 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 만찬에서 “내 마음속에는 항상 한국이 있다”고 말해 구구한 해석을 낳았다.
서울시장부터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정치인조차 차기 대통령을 바라보니 누가 민생에 관심을 기울이는지 답답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제 서울광장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조차 부를 수 없는 현실에 저항해야 한다”며 대선후보를 방불케 하는 연설까지 했다. 2014년 보선 패배 뒤 정계를 떠났던 손학규 전 더민주당 상임고문은 어제 일본 도쿄 강연에서 “국민은 분노와 좌절 속에서 정치의 새판을 짜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이 대통령에만 관심이 팔린 사이 어제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는 노동개혁 법안을 비롯한 경제살리기 법안도 폐기되면서 ‘역대 최악’으로 막을 내렸다. 통절한 반성문을 써도 시원찮을 정의화 국회의장은 10월 신당 창당설을 흘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1년 9개월이나 남아 있다. 대권욕과 정계 개편 셈에 바쁜 정치권의 귀에 “갈수록 살기가 힘들어진다”는 국민의 ‘곡성(哭聲)’은 안 들리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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