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성과도 못낸 채… 평화협정으로 北 달래려는 美-中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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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이슈 논의 틀 급변]

北 신형 방사포 계룡대까지 사정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신형 대구경 방사포 시험사격을 현지 
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참관 일자를 밝히지 않았지만 3일 북한이 강원 원산 쪽에서 동해상으로 쏜 단거리 
발사체가 이 방사포로 추정된다. 노동신문은 박수를 치며 김정은을 환영하는 북한 병사들(왼쪽 사진)과 방사포가 발사되는 모습을 
보도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北 신형 방사포 계룡대까지 사정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신형 대구경 방사포 시험사격을 현지 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참관 일자를 밝히지 않았지만 3일 북한이 강원 원산 쪽에서 동해상으로 쏜 단거리 발사체가 이 방사포로 추정된다. 노동신문은 박수를 치며 김정은을 환영하는 북한 병사들(왼쪽 사진)과 방사포가 발사되는 모습을 보도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미국 정부가 3일(현지 시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평화협정 병행 논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북한 비핵화 움직임은 한 발짝도 못 나간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의 평화협정 주장에 맞장구를 치면서 대북 제재 전선까지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표면적으로는 “평화협정도 논의할 수 있지만 비핵화 협상이 우선”이라는 태도다. 한국 정부도 미국의 이런 생각에 변화가 없다고 설명한다. 현재로선 동북아시아의 안보 구도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거론되는 단계이지만 남중국해 문제로 패권 다툼을 벌이는 미중이 전선 확대를 피하기 위해 평화협정을 매개로 북핵 문제에 협력한다면 한반도 정세가 급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성명에서 평화협정 논의는 산하의 별도 포럼에서 다루기로 했다. 하지만 진척을 보지 못하다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 다음 달인 2006년 11월 북-미 대화를, 이듬해에는 평화협정 논의를 꺼냈다. 임기 말의 일이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한반도의 긴장보다 관리를 택할 가능성도 눈여겨봐야 한다. 미중이 비핵화-평화협정 병행으로 국면을 전환시킬 경우 비핵화를 대전제로 한 북핵 6자회담의 틀이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한국 “미국의 입장 그대로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의 비핵화 협상-평화협정 병행 논의 발언에 대해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미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유엔 제재가 통과된 지금 상황에선 평화협정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직 고위 당국자는 4일 “미국 내부의 실제 기류는 북한과 의미 있는 협상이 가능하지 않다고 보는 쪽에 가깝다”고 말했다. 정부는 강력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동참한 중국에 대한 미국의 립서비스나 성의 표시라고 보고 있다.

특히 평화협정은 북한이 핵 포기 의사를 들고 나와야 논의가 가능하다. 하지만 북한은 그럴 생각이 없다. 북한은 4일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에 항의하는 정부 대변인 성명,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잇달아 내고 “자위적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핵 개발은 물론이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중단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제재에 대해 “무자비한 물리적 대응을 포함한 여러 수단과 방법이 총동원될 것”이라며 군사 도발을 위협했다.

북한이 줄기차게 주장해 온 평화협정은 핵 포기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전직 고위 당국자는 “지금까지 개발한 핵을 인정받고 앞으로 핵실험 등을 하지 않겠다는 유예(모라토리엄)를 전제로 평화협정을 시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미 정권 후반기 국면 전환할 수도

문제는 미국의 셈법이 항상 한국과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미 정부의 최근 미묘한 입장 변화를 두고 워싱턴 외교가에선 오바마 대통령의 의중을 주목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말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아 동아시아 역내 안보 질서를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상태다. 지난해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이란 핵협상을 타결한 만큼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의 외교적 성과를 통해 대미(大尾)를 장식하려 한다는 것이다.

미 정부의 한 당국자는 “오바마 대통령은 아직도 북한과의 대화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며 “비핵화가 가장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면 평화협정도 논의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3일자 사설에서 “더 강한 대북 제재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북한의 핵 위협을 끝낼 수 없으며 어느 시점에서는 북한과의 협상을 부활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해 이 같은 기류를 반영했다. 미국은 중국의 중재자 역할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비핵화#평화협정#대북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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