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당마저 ‘공천권 권력투쟁’ 국민 지탄 두렵지 않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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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제) 때문에 당내 친박(친박근혜)계 등으로부터 협공을 당하고 있다. 그제는 친박계의 좌장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어제는 원유철 원내대표가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거부로 새누리당만의 오픈프라이머리 시행이 어려워졌으니 빨리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공언했을 정도로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친이(친이명박)와 친박, 친박과 비박(비박근혜) 간의 갈등으로 자신이 두 번이나 공천에서 배제됐던 개인적인 아픔도 있을 것이다. 정당의 고질병인 계파 갈등이 공천제와 관련 있다는 정치적 신념일 수도 있다. 국민이 공직 후보를 선택한다는 오픈프라이머리의 경우 당 지도부나 특정 계파가 영향력을 미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특히 여당의 대주주인 박근혜 대통령의 공천 영향력을 배제하려는 계산도 없지 않을 것이다.

오픈프라이머리가 새누리당의 당론으로 정해지긴 했으나 친박계 주장대로 여당 단독 시행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야당 지지자들이 ‘국민의 이름’으로 참여해 야당 승리에 유리함 직한 여당 후보를 뽑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로선 ‘플랜B’를 고민할 때가 된 참에 친박계에서 “대안을 내놓으라”고 들이대니 권력투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김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공언한 것을 빌미로 “물러나라”고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이 시사한 ‘배신의 정치’를 심판하기 위해 친박계가 먼저 오픈프라이머리 무력화에 나선 듯하다.

정당의 공천 룰에 정답은 없다. 오픈프라이머리든 아니든 잘 쓰면 당을 살릴 수 있고, 잘못 쓰면 죽일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일 뿐이다. 야당은 지역구의 20%는 전략공천, 나머지 80%는 국민공천단에 의한 선출이라는 룰을 확정했다. 새누리당은 공천제를 둘러싼 새정치연합의 내분을 구시대적 권력다툼인 양 비난했지만 지금 자신들이 그 조짐을 보인다. 여당의 내홍은 국정 마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야당과는 차원이 다르다. 국민의 지탄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만함이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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