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상처 입은 金대표… 靑과 ‘정책 소통’이 돌파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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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정치 끝내야/與지도부·비박]화합 과제 안은 與지도부

김무성 대표, 유승민 방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가 8일 의원총회를 마친 뒤 국회 의원회관의 유승민 원내대표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를 권고하는 의원들의 뜻을 전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김무성 대표, 유승민 방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가 8일 의원총회를 마친 뒤 국회 의원회관의 유승민 원내대표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를 권고하는 의원들의 뜻을 전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새누리당 의원총회를 끝낸 뒤 김무성 대표의 표정은 착잡해 보였다. 8일 의총이 끝나자마자 그는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의 뜻을 전하는 ‘연락관’을 맡아야 했다. 김 대표는 곧바로 국회 의원회관 유 원내대표 사무실로 걸어갔다.

두 사람의 만남은 3분 만에 끝났다.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에게 “고생했다. 미안하다”며 의총 결과를 전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의총이 끝나면서 몇몇 의원이 박수를 친 거지 의사결정을 박수로 정한 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에 대한 아쉬움의 표시였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번 사태 초기에 유 원내대표와 친박(친박근혜)계 중간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김무성 리더십’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 도마에 오른 김무성 리더십

김 대표는 5월 29일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 청와대의 거부권 시사 발언 이후 불거진 갈등을 충분히 수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국회법 개정안 재의안을 폐기하면 당청 갈등이 봉합될 것으로 내다본 것. 김 대표는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과 이 같은 방안을 주로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배신의 정치”를 언급하며 유 원내대표를 정조준하자 상황은 급변했다. 국회법 거부권으로 촉발된 여권 내 갈등이 사실상 전면적 내전으로 휘말려 드는 돌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첫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았다고 했지만 친박계의 공세는 더 거칠어졌다.

8일 의총에서도 김 대표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오락가락한다’ ‘어정쩡하다’ ‘눈치만 본다’며 많은 비판과 비난을 참고 견딘 것도 당의 단합과 화합을 위해서였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지난해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며 당 대표에 당선됐을 당시와는 분명 다른 모습으로 비쳤다.

김 대표는 물밑에서 당과 청와대의 목소리를 청취하며 모호한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친박계가 주장한 6일 사퇴 시한이 지난 뒤에는 유 원내대표를 정리하는 ‘악역’을 맡았다. 김 대표가 청와대와 유 대표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를 통해 김 대표의 여권 내 입지는 여전히 불안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1년 전 당권을 쥐었지만 박 대통령과의 불화(不和)가 계속될 경우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의 개헌 발언이 논란이 됐을 때처럼 이번에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을 제치고 독자적 기반을 구축할 수 없는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례가 되풀이되면 “김무성 리더십이 과연 무엇이냐”는 근본적 회의감이 제기될 수도 있다.

○ 내년 총선 공천이 시험대

김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내 사고의 초점은 오로지 내년 20대 총선 승리에 맞춰져 있다”며 “지금처럼 갈등과 혼란이 계속되면 총선에서 패할 수밖에 없고, 우리 모두의 공멸이다”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앞으로 친박-비박의 2라운드가 펼쳐질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핵심은 총선 공천권 문제다. 김 대표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해 공천권을 내놓겠다고 하지만 친박계는 “꼼수”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김 대표는 공천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자신을 포함해 친박계든 비박계든, 넓게는 박 대통령도 공천권을 내려놔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직간접으로 내년 총선 공천에 개입하려 한다면 김 대표가 반대할 수밖에 없어 공천을 둘러싼 여권의 내전이 또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픈 프라이머리 공천 실험이 김 대표 리더십의 또 다른 시험대가 되는 셈이다.

○ 당청 소통 회복이 급선무

멀어진 당청 간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선 결국 김 대표와 박 대통령 간의 소통 채널이 복원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 재선 의원은 “당분간 김 대표와 박 대통령의 독대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정무장관이 신설되거나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임명된다고 해서 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더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치적 소통이 아닌 정책적 소통을 통해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금까지는 원내대표에게 정책을 일임하는 관행이 있었지만 당분간이라도 당 대표가 나서서 당정청 간 소통을 하며 정책의 큰 줄기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같은 대형 의제를 당 대표가 이끌었듯 자연스럽게 정책을 매개로 당청 간 소통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김무성#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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