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강경석]靑에 쓴소리 대신 박수만 치다 온 與 지도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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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문건’ 파문/靑-與 오찬회동]

강경석·정치부
강경석·정치부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새누리당 지도부를 포함한 여당 의원 등 60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했다. 12년 만에 헌법이 정한 처리 시한(2일)에 예산과 주요 법안을 처리한 것에 고마움을 표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국민의 시선은 국민적 의혹이 증폭된 비선 실세 논란에 대한 박 대통령의 발언 내용에 집중됐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 어느 때보다 강하고 단호한 어조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많은 의원들도 “대통령과 뜻을 함께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당청이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뭉치는 모습이었다.

청와대를 향한 쓴소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식사 도중 일어나 마이크를 잡고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주장한 ‘인사 파동’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의 홍보 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체육계 비리 문제를 지적했는데, ‘비선 실세’로 지목되고 있는 정윤회 씨와 관련한 승마협회 문제 때문에 문체부 국·과장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언론에 비치는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었다.

하지만 이날 청와대 오찬을 다녀온 여당 지도부의 대응은 의혹 해소를 바라는 국민의 갈증을 외면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하자는 구호만 높았을 뿐 그동안 드러난 인사 난맥상을 타개하기 위한 쓴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적지 않은 국민들은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이 폐쇄적이고, 그로 인해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이 국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

청와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 ‘찌라시’ 수준의 말도 안 되는 의혹 제기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불신의 수준이 너무 크다. 청와대와 달리 당은 1차적으로 민심과 호흡하는 창구다. 여당 지도부가 청와대 초청장을 받고 밥만 먹으러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청와대에 민심의 쓴소리를 전달하지 못한다면 건강한 당청 관계는 빈 소리에 그칠 것이다. 청와대를 향해 “할 말은 하겠다”고 했던 새누리당 지도부의 공언이 허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강경석·정치부 coolup@donga.com
#박근혜 대통령#청와대#김무성#정윤회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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