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치 보조금 40억, 용돈처럼 쓴 與野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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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인테리어-방송장비 마련… 당직자 휴가비-밥값으로 쓰기도
전문가 “사용처 규정 강화해야”

여성정치발전비는 쌈짓돈?

새누리당 등 주요 정당들이 ‘여성의 정치 참여 장려’를 위해 국고보조금의 10%를 배정하고 있는 ‘여성정치발전비’가 전혀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동아일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 공개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각 정당에 지급된 국고보조금은 △새누리당 173억5800만 원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 158억300만 원 △통합진보당 27억3800만 원 △정의당 20억4000만 원 등이다.

이 가운데 여성정치발전비로 책정한 액수(국고보조금 대비 비율)는 △새누리당 18억4340만 원(10.6%) △민주당 16억45만 원(10.1%) △통진당 3억1000만 원(11.3%) △정의당 2억549만 원(10.1%) 등이었다. ‘국고보조금 총액의 10% 이상을 여성정치발전비로 사용해야 한다’는 정치자금법(28조) 규정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성정치발전비가 ‘여성의 정치 참여 장려’로 보기 어려운 곳에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1월만 해도 대선후보 여의도 사무실 한 달 치 월세와 인테리어 철거 비용으로 여성정치발전비에서 2억7000만 원을 가져다 썼다. 대선후보가 여성인 박근혜 대통령이지만 대선후보 사무실 임대료 등은 여성정치발전비가 아니라 당 후원금 등으로 충당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또 비슷한 시기에 ‘대선후보 사무실 내 방송용 프롬프터 설치’ 비용도 여성정치발전비에서 1078만 원을 빼 사용했다. 그 다음 달에는 영유아를 둔 사무처 당직자들의 교육비로 1100만 원을 썼다.

민주당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여성 당직자의 설 상여금(2750만 원)과 여름휴가 지원비(2000만 원) 등에 썼기 때문이다. 여성정치발전비를 여성 당직자 수당 정도로 인식한 결과다. 지난해 7월에는 ‘국가정보원 개혁운동본부’ 당원보고 대외 출장비를 여성정치발전비에서 끌어다 쓰기도 했다.

정의당의 경우 여성정치발전비에서 지난해 4·24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당직자 식비로 사용했다. 해당 선거에 나선 후보가 여성이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여성후보를 도운 당직자들의 밥값과 ‘여성 정치 발전’이 무슨 직접적 상관관계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선거법은 ‘국고보조금이 용도를 위반해 사용됐을 경우 그 금액의 2배를 이듬해 국고보조금 지급 때 감액한다’고 규정(선거법 제29조)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정치발전비 편법 운용 문제가 국고보조금 감액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다고 한다.

이준환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고보조금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것인 만큼 명목에 맞게 철저하게 집행돼야 한다”며 “또 어길 경우 실질적인 페널티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황승택 기자 hst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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