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교구장 이병호 주교 “대통령-사제단 모두 易地思之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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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교구장 이병호 주교 인터뷰

“대통령이든 사제단이든 역지사지(易地思之·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뜻)해야 합니다.”

22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북지역 일부 신부들이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는 시국미사를 열어 사회적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천주교 전주교구장 이병호 주교(73·사진)는 26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 중앙성당에서 열린 ‘고 박영규 신부 추모 1주기 미사’를 마친 뒤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통령과 사제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역지사지를 해야 한다. 서양에도 ‘남의 신발을 신어보라’(Put yourself in other person's shoes)는 비슷한 속담이 있다. 남의 신발을 신어봐야 그 사람 발의 형편을 알 수 있다.”

그는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은 모든 사람을 두루 살펴야 한다. 어려운 사람을 편애할 정도로 챙겨야 보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낮은 이를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창신 신부의 발언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않았다.

이 주교는 이날 인터뷰에 앞서 중앙동 성당 추모 미사 강론에서 그리스 왕 안티오코스 에피파네스 얘기를 꺼냈다. 에피파네스는 스스로 신이라 부르며 유대인들에게 가장 나쁜 폭군으로 군림했다. 힘이 있던 에피파네스는 아버지의 금은보화를 노려 예루살렘을 정복했다. 그러나 그는 숨을 거둘 때 “예루살렘에 못할 짓을 했다”며 크게 후회했다. 이 주교는 “재벌 장관 대통령도 끝을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 개인과 공동체가 정말 좋은 세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어려움과 진통이 있다. 삶을 끝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주교는 1969년 전주교구 중앙본당 보좌신부가 된 뒤 전주교구에서 주로 시무해왔으며 1990년부터 24년째 전주교구 교구장을 맡고 있다. 이 주교는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을 ‘생태계를 파괴하는 살인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전주=김광오 kokim@donga.com / 군산=이형주 기자
#전주교구장#이병호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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