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엔 “盧가 삭제 지시”… 이번엔 “삭제 지시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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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록 논란 핵심인물 조명균 5일 비공개 조사때 진술 번복
檢 “靑이지원에 회의록 있다는 친노인사들 주장은 시스템 오해 탓”
7일 임상경 前기록비서관 소환

봉하 이지원(e知園·청와대 문서관리 시스템)에서 발견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수정본)이 국가기록원에도 존재할 것이라는 일부 노무현 정부 인사의 주장에 대해 검찰은 회의록(수정본)은 국가정보원과 봉하 이지원에서만 발견됐다고 6일 밝혔다. 검찰은 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대통령기록물이 이지원에서 국가기록원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호철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종본(수정본)이 봉하 이지원에 등록돼 있다면 국가기록원에 이관한 청와대 이지원에도 남겨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수석의 주장은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이지원 시스템과 내용이 국가기록원으로 고스란히 이관됐고, ‘봉하 이지원=청와대 이지원’인 만큼 국가기록원이 보관 중인 ‘청와대 이지원’에도 봉하 이지원의 최종본(수정본)이 남아있을 것이라는 취지다. 봉하 이지원은 노 전 대통령 퇴임 전 청와대 이지원을 통째로 복사해 봉하마을로 가지고 내려간 것이며 이후 불법 유출 논란이 벌어지자 2008년 7월 국가기록원에 반납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청와대 이지원 자체가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으로 옮겨지는 것은 청와대 이지원 자료 가운데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된 자료뿐이다. 이 자료는 외장하드에 담겨 대통령기록관으로 옮겨진다. 따라서 대통령기록관에는 이지원 시스템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담았던 내용 중 대통령기록물만 이관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처음부터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가기록원으로 넘어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수석은 청와대 이지원 시스템이 그대로 국가기록원으로 간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며 “봉하 이지원에서 회의록(원본)을 삭제한 흔적과 수정본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시스템을 통째로 복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 때의 이지원은 이명박 정부가 이지원을 초기화하는 과정에서 삭제돼 봉하 이지원 말고는 남아있는 게 없다. 결국 ‘이지원 원본’은 존재하지 않으며 봉하 이지원만이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이지원과 사실상 동일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검찰은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이 4일 기자회견에서 봉하 이지원에서 삭제된 채 발견됐다는 회의록(삭제본)은 실제로는 삭제되지 않았고 대통령기록물로 이관되는 목록만 삭제됐을 뿐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목록이 아니라 회의록 자체가 삭제돼 있어 이를 복구했다”고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이지원 시스템과 회의록 이관 과정 등을 명확히 이해하지 않은 상황에서 해명을 내놓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4일 “대화록은 실종되지 않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은 없었던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그렇게 단정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삭제됐다가 복구한 회의록이 완성본에 더 가깝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남북 정상 간의 실제 대화에 더 가까운 회의록이 삭제됐다가 이번 검찰 수사 과정에서 복구된 만큼 복구된 내용을 보고 NLL 포기 발언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검찰은 5일 회의록 폐기 과정의 핵심 관련자인 조명균 전 대통령안보정책비서관을 비공개로 소환 조사했다고 6일 밝혔다. 조 전 비서관 측은 올 1월 검찰 조사 때와 달리 노 전 대통령의 삭제 지시가 없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은 7일에는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리비서관을 소환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봉하 이지원#노무현 전 대통령#남북정상회담 회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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