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꿈꾸는 정치인]<1>돌아온 ‘싸나이’ 김무성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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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춰 나를 키운다… 초선들과 소통 늘리고 경제 열공 중

《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여가 지나면서 여야 정치권의 권력 구도도 새로운 질서로 재편되고 있다. 그 속에서 미래를 준비하며 보폭을 넓혀가는 중량급 정치인도 여럿 있다. 내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에서 어떤 위치에서든 핵심적 역할을 할 인물들이다. 동아일보가 정치적 도약을 위해 암중모색하고 있는 그들의 삶, 그들의 생각 속으로 들어가 봤다. 》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62·5선)의 책상에는 의원 명부가 펼쳐져 있다. 4월 부산 영도 재선거를 통해 원내로 복귀한 그의 요즘 관심은 ‘초선 의원’이다. 국가관은 어떤지, 장단점은 뭔지를 그야말로 ‘열공’ 중이다. 최근에는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퓨처 라이프’라는 연구 모임도 추진 중이다. 100세 시대에 대비하자는 취지로, 10월 발족이 목표다. 돌아온 ‘싸나이(사나이의 경상도 사투리)’ 김무성이 초선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뭘까.

김무성은 당에 지분이 있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다. 계파를 막론하고 그를 따르는 의원이 많다. 이미 막후에서 굵직한 현안들을 조정하고 있다. 김무성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에게 힘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김무성의 복귀에 긴장하고 있는 쪽은 황우여 대표와 청와대다. 막후 영향력을 갖는 그가 자신과 각을 세우면 지도부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걸 황 대표가 모를 리 없다. 청와대로선 ‘모래알 DNA’의 새누리당을 진흙처럼 만들 수 있는 김무성이 당을 휘저을까 신경 쓰인다.

김무성도 그런 시선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요즘엔 언론을 피한다. 7일 인터뷰를 요청하자 ‘당분간 인터뷰를 하기 어렵겠다. 이해해 달라’는 문자가 왔다. 8일 오전 무작정 의원회관으로 찾아갔다.

―왜 언론을 피하나.

“요즘 마음에 새기고 사는 말이 ‘자중자애(自重自愛·말이나 행동을 삼가 신중하게 함)’다. 지금은 지도부가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이다. 현 지도체제를 흔들고 싶지 않다.”

―막후에서 거중조정 역할을 한다는 말이 있다.

“내가 먼저 나서진 않는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찾아오면 조정을 해 준다. 최근 서울시당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김성태 의원이 찾아왔기에 다른 후보들에게 연락해 ‘당 화합을 위해 양보하라’고 설득했는데, 결국 합의 추대로 잘 마무리됐다. 전북도당위원장 문제도 그렇게 해결됐다.”

―당권에 관심 있나.

“억지로 되는 일이 있나. 순리대로 가는 거다. 내 경험이 당에 필요하고, 기회가 주어지면 마다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은 정중동의 시간이 필요하다. 콘텐츠를 채우고 나 자신을 더 수양해야 한다.”

정옥임 전 의원은 “김 의원이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뜻으로, 1980년대 중국의 대외 정책을 일컫는 말)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5월 전당대회에 출마하나.

“시기는 지금 말할 수 없다.”

김무성은 재선거 당선 직후 “소외감을 느끼는 친박(친박근혜), 상실감을 느끼는 비박(비박근혜)과 친이(친이명박)의 역량을 결집해 윤활유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내에서는 차기 대선을 겨냥한 의미심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영남지역의 한 의원은 “김무성을 제외하고는 당내에 자생력과 리더십이 있는 중진이 없다. 친이는 이재오라는 구심점이 있지만 세력을 잃었다. 친박 중에 최경환 서병수 윤상현 김재원 정도를 뺀 대부분이 청와대로부터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결국 당내 모든 계파를 아우르며 미래를 향해 움직이겠다는 의미로 들렸다”고 말했다. 김무성에게 무슨 뜻으로 한 말이냐고 물었다.

“지난 대선 때 친이나 비박은 안 뛰었나. 목이 달아날까 봐 불안해서 더 열심히 뛰었을 거다. 그런데도 칼자루를 쥐면 반대 세력을 내치는 게 정치다. 당에 공이 있는 사람은 절대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정권은 당의 모든 구성원이 합심해서 만들었다는 걸 강조한 거다.”

―공부도 열심히 한다고 들었다.

“외부 전문가들에게 과외를 받고 있다. 친분이 있는 경제 전문가들과 일주일에 한두 번 조찬모임을 한다.”(박근혜 대통령도 이명박 정부 시절 각계 전문가에게 과외 수업을 받으며 내공을 쌓았다.)

―초선 의원에게는 왜 관심을 갖나.

“내가 1년 늦게 19대 국회에 합류해서 잘 모르니까. 내가 밥자리에 초선 의원들 오라 가라 하면 줄 세운다고 말이 나오지 않겠나. 그래서 연구 모임을 통해 소통하려고 하는 거다.”

이와 관련해 영남의 한 재선 의원은 “미래를 준비하는 김 의원은 늘 눈여겨봐야 할 초선 의원이 누구인지 주변에 묻고 있다”고 전했다. 취재 결과 그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서용교 이헌승 의원을 비롯해 김성찬 박대출 박대동 문정림 의원(이상 초선)과 이한성 의원(재선) 등 23명이 모임 가입 신청서에 사인했다. 야당에서도 5명 안팎이 참여할 예정이다.

―4월 재·보선 직후 안철수 의원과 만났다고 들었다.

“지난 대선 때는 안철수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안철수 현상에 대한 지지였다고 했더니 안 의원이 고개를 끄덕이더라. 정치에 대한 혐오를 깨는 ‘탈각(脫殼)’의 과정에 안철수의 역할이 필요하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등장하는 ‘새는 알을 깨기 위해 투쟁한다’는 말처럼 한국 정치에도 계기가 필요하다. 여당도 노력해야겠지만 그게 안철수에게 주어진 몫이다.”

―총선에서 두 번이나 낙천하고도 매번 살아 돌아왔다. 박대출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낙천하고도 불출마해 결국 더 큰 정치인이 돼 돌아왔다”며 “자신을 던지는 과정을 통해 성장할 줄 아는 드문 정치인”이라고 평하더라.

“정치는 게임이다. 나는 게임에서 진 거다. 깨끗하게 승복하고 삭여야 나한테도 좋다. 다만 공천권을 지금처럼 중앙당이 행사해선 안 된다. 유권자가 후보를 제일 잘 알지 않느냐. 내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해 꼭 그렇게 만들겠다.”

―청와대와는 가끔 통화하나.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거의 못 했다. 도와 달라고 하면 맨발로 뛰어 나가겠지만 그럴 일이 아직 없는 모양이다.”

―박 대통령과의 앙금은 완전히 풀렸나.(그는 친박→탈박(脫朴)→복박(復朴)을 거듭하며 박 대통령과 애증의 스토리를 만들어 왔다.)

“미움은 다 버리고 사랑과 존경만 남았다. 대선 때 캠프에서 나 자신을 희생하며 일한 진정성이 전달됐는지 모르겠다. 박 대통령 마음이야 내가 어찌 알겠노….”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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