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뒤 한국이 주한미군 지휘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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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戰區사령부’ 창설 잠정 합의… 한국군이 사령관, 미군이 부사령관
미군 사상 처음 외국군 지휘 받게 돼

한국과 미국 군 당국은 2015년 12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에도 현 한미연합사령부와 거의 같은 형태의 연합지휘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한미연합사를 대신할 새 연합지휘기구(연합전구·戰區사령부)의 사령관은 한국군이 맡게 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세계 최강의 미군이 사상 처음으로 다른 나라 군대의 지휘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전작권 전환 이후 미래 연합지휘구조’에 대해 최근 한미 양국의 합동참모본부가 잠정 합의했다고 2일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 양국은 새 연합지휘구조를 올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최종 승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당초 한미 양국은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한국군 주도, 미군 지원’으로 역할을 분리해 2개의 별도 사령부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한반도라는 ‘단일 전쟁구역’에서 한미 양국군이 각각 사령부를 운용할 경우 군사적 효율성이 떨어져 유사시 대북 군사방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졌다. 특히 북한의 핵공격 등 도발 위협이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에서 세계 최강의 전쟁 수행기구로 평가받는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는 것은 ‘자해행위’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군 안팎에서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SCM에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리언 패네타 당시 미 국방장관은 전작권 전환 후에도 현 수준의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미니 연합사’ 창설 방안 등을 협의했다. 한미연합사 해체 계획을 사실상 폐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셈이다.

국방부의 다른 관계자는 “4월 정승조 합참의장과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이 원격화상회의로 진행한 군사위원회(MCM)에서 ‘연합전구사령부’를 만들고, 사령관에 한국군 대장(합참의장), 부사령관에 미군 대장(주한미군사령관)을 각각 임명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 美, 한국에 방위비분담 대폭증액 요구할 듯 ▼

현 한미연합사의 경우 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이, 부사령관은 한국군 대장이 맡고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새 연합지휘구조가 확정되면 미군이 외국군의 지휘를 받는 사상 초유의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 한미연합사와 조직 및 기능이 99% 이상 같은 ‘단일 사령부’가 유지됨으로써 현재의 대북 작전계획에 명시된 수준의 미 증원전력 전개 등 강력한 한미 연합 전투력 발휘가 가능해질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연합전구사령부를 구성할 한미 양국군의 참모진 규모는 현 연합사 수준으로 유지되며 이들은 평시엔 한국군의 합참 본부에서 함께 근무하다가 유사시엔 ‘전쟁지휘소’로 이동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현 연합사가 ‘간판’과 ‘위치’만 바꿔 달고 존속하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연합전구사령관 예하의 육해공군 등 5개 구성군 사령부도 공군 사령부를 제외하곤 모두 한국군이 사령관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군 관계자는 “전작권 전환의 의미는 최대한 살리면서 현 연합사 수준의 군사력 통합과 효율성을 기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 의회 내에서 미군이 한국군의 지휘를 받는 새 연합지휘구조에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돼 향후 미국 정부의 반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관진 장관은 1일 낮 싱가포르에서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과 회담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군이 타국 군의 지휘를 받는 데 부정적 견해가 없냐’는 질의에 “정서적 문제는 있겠지만 새 연합지휘구조 창설에 걸림돌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군이 연합전구사령부를 지휘하게 되면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 등 한국 정부에 대한 미국의 안보 부담 요구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전작권#주한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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