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개정안 타결]“주파수, 방송-통신 분할관리는 시대역행”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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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CT정책 관리 문제점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 타결로 미래창조과학부가 늦게나마 출범하게 됐지만 여야 간 타협 과정에서 정책 기능이 분산돼 창조경제의 핵심인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정책 추진력에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주파수 관리를 미래부, 방송통신위원회, 국무총리실 등 3개 부처로 나눈 점은 미래부가 ICT 산업을 육성하는 데 두고두고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ICT에서 주파수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는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정책이다. 일본은 2세대 이동통신의 주파수를 글로벌 표준과 다르게 정하는 바람에 소니, 산요 등 자국 휴대전화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현보 한국전자파학회 명예회장은 “전파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ICT 산업, 나아가 국가 경쟁력이 달라지게 된다”며 “신규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할 ‘디지털 영토’의 핵심인 주파수 관리를 정치권이 당리당략으로 처리한 것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로는 신규 서비스 도입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 추세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주파수는 통신용, 방송용이 따로 있는 게 아닐 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 변경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서로 다른 부처의 이해관계 때문에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2014년 상용화를 목표로 방송용으로 사용하던 700MHz 대역에서 초당 100MB의 데이터를 전송하는 ‘슈퍼 와이파이’ 도입을 추진 중이다. 미국에서 주파수 정책은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총괄한다. 우리도 이 서비스를 도입하려면 현재 방송용인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미래부와 방통위, 총리실의 협의를 거치려면 최소 수개월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다툼을 벌인 끝에 총리실까지 중재에 나섰던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상용화 때를 고려하면 1년 이상 시간을 끌어도 제대로 정책을 결정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파 전문가는 “해외에선 찾아볼 수 없는 비효율적 정책 결정 구조가 ICT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래부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인터넷TV(IPTV), 위성TV 등 뉴미디어 법령을 제정 개정하거나 허가권을 행사하려면 여야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의 사전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대목도 행정력을 낭비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미래부가 독자적으로 행정을 집행하기 쉽지 않은 구도인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전 동의제를 통해 방송정책의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현대원 서강대 교수는 “방송 공정성을 지킬 수 있는 합리적인 안”이라며 “미래부는 진흥만, 방통위는 규제만 중시할 수 있는데 사전 동의제를 거치면 양측이 함께 고민하면서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호재·김윤종 기자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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