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평생 스포츠만 보고 살아왔다. 복잡한 정치는 잘 모른다. 그저 편 갈라 싸우는 데 급급한 정치판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평범한 중년 남자다. 그래도 스포츠인으로서 대선후보에게 꼭 하고픈 당부가 있다.
우리나라는 10대 경제강국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스포츠의 현실을 보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지금 우리나라 국민은 운동할 공간이 없다. 최근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1000만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체육시설이 2712개(1252만5000m²)뿐이라고 한다. 1인당 공공체육시설 면적이 1.22m²에 불과하다. 전국 평균도 1.8m²에 그친다. 배구를 하고 싶어도 배구장을 빌리는 게 하늘의 별 따기다. 배구보다 넓은 공간을 쓰는 야구나 축구는 어려움이 더 심하다. 사회인 야구팀이나 조기축구회는 매주 경기장을 구하느라 전전긍긍한다. 일부 체육관은 전당대회용으로 지은 게 많아 스포츠시설로 적합하지 않은 곳도 많다.
모든 건 결국 예산에 달렸다. 재정 지원이 없으면 그저 공염불이다. 역대 우리나라 스포츠의 운명은 대통령의 기호에 따라 갈렸다. 대통령이 스포츠를 좋아하면 대우가 좋았고, 반대의 경우에는 나빴다. 국격에 맞지 않는 후진성이지만 현실이다.
다행히 이번 대선후보들은 스포츠의 중요성을 잘 아는 듯하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선거 슬로건에서 희망을 봤다. 박 후보의 ‘국민대통합’에는 스포츠가 공헌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전 국민을 붉은 악마로 하나 되게 했다. 올해 런던 올림픽도 그랬다. 우리 선수의 몸동작 하나하나에 온 국민이 일희일비했다. 문 후보의 ‘사람이 먼저다’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먼저 건강해야 국가가 건강해진다. 스포츠 참여율이 높아지면 연간 의료비 절감 효과도 커진다. 자연히 국가가 쓰는 건강보험 재정부담도 줄어든다. 생활스포츠 활성화는 다가오는 고령화사회에서의 재정 악화를 막는 묘안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지도자의 일상에 스포츠가 녹아 있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특정 팀의 팬임을 자처하기도 한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농구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이제 우리 지도자도 스포츠 하나쯤은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난 평생 승부사로 살아왔다. 1995년부터 17년 동안 삼성화재배구단 감독을 했다. 상대를 이겨야 하는 게 직업이다. 승부는 누가 더 진정성이 강하냐에 따라 갈린다. 난 항상 승부 앞에 간절했다. 이기고자 하는 열망만큼은 누구보다 강했다. 승부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승리의 감동은 짠하고 패배의 아픔은 시리다. 물론 진 적도 많다. 그래도 이기고자 하는 진정성은 꺾이지 않았다. 그게 오뚝이처럼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다.
대통령선거는 국민을 향한 진정성을 가리는 승부다. 선거가 하루 남았다. 후보들은 국민 앞에 보여 달라. 누가 더 진정성이 강한지를. 국민은 누구보다 공정한 심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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