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경쟁적으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고 나섰다. “내가 바로 박 후보의 맞상대가 돼야 한다”는 점을 부각하며 ‘양자구도’를 만들려는 신경전이다.
○ 문, “내가 99%의 대변자”
文, 전태일 42주기 추모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전태일 열사 42주기인 13일 서울 중구 청계6가 평화시장 앞 버들다리에 있는 전태일 동상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문 후보는 그동안 ‘통 큰 맏형’ 이미지를 강조해 왔다. 박 후보나 안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도 자제했다. 하지만 13일 작심한 듯 박 후보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문 후보는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직능인 출정식’에서 “박 후보와 새누리당이 드디어 경제민주화의 가면을 벗고 생얼굴을 드러냈다”며 맹비난했다. 박 후보가 대기업의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한다는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의 경제민주화 초안을 거부하자 이를 정조준한 것이다.
그는 “경제민주화니 재벌개혁이니는 모두 선거용 빈말이라는 것이 드러났다”며 “이번 대선은 말로만 경제민주화를 외치는 가짜 경제민주화 세력과,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자신의 일처럼 지키고 보호하는 진짜 경제민주화 세력의 싸움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후보들 가운데 누가 99%를 대변할 수 있겠나. 누가 99%에 속하는 삶을 살아왔는가”라며 서민후보임을 부각했다. 새누리당과 박 후보뿐만 아니라 ‘재력가’인 안 후보까지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는 ‘박 후보 때리기’로 대선판을 ‘박근혜 대 안철수’ 구도로 만들어 가려는 안 후보 측의 전략에 대한 견제로 보인다.
문 후보는 전태일 열사 42주기를 맞아 이날 오후 전태일재단을 방문해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고 노동자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잇달아 방문해 “쌍용차 정리해고는 부당한 것이었다”며 노동개혁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 안, 투사로 변신?
安, 중기중앙회와 함께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1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초청간담회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으로부터 정책제안집을 받으며 악수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안 후보는 연일 박 후보를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비정치적’ 이미지를 강조해온 안 후보가 마치 야권 투사라도 된 듯한 모습이다.
전날 부산에서 정수장학회, 재벌 순환출자 논란, 해양수산부 부활 등 박 후보와 관련 있는 현안을 모두 거론하면서 박 후보를 비판했던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중앙회 초청간담회에서도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는) 무늬만 흉내낸 가짜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거창하게 의제를 선점했다는 정치공학적 발상으로 경제민주화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는 또 “단일화의 분명한 원칙은 국민이 이기는 단일화”라며 “국민이 이기는, 상식이 이기는, 미래를 선택하는 단일화, 박근혜 후보를 이기는 단일화를 이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소기업인들과의 만남에서 박 후보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단일화의 원칙을 강조한 것은 이례적이다. 야권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해 문 후보와의 단일화 경쟁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박선숙 공동선거대책본부장도 여론조사기관 매수 의혹을 제기한 박 후보 측 권영세 종합상황실장 등을 겨냥해 “이게 무슨 70년대식 공작정치냐.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새 정치’를 앞세웠던 안 후보가 갑자기 ‘기성 정치’ 행보를 보이면서 중도 무당파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본인이 그렇게도 혐오했던 구 정치인의 모습을 배운 것인지 안 후보의 변신이 안타깝다”는 안형환 새누리당 대변인의 비판도 이를 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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