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 낙인찍기… 여야 치열한 ‘말의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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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불사르면 뭐하나…” “투표 기회 뺏는 나쁜 후보”
세 개의 벽-5대 위기 등 프레임 만들기 경쟁도

선거는 ‘말(言)의 전쟁’이다. 유권자의 뇌리에 박힌 말은 프레임이 되고, 프레임은 선거 판도를 바꾼다. 지금까지 ‘말의 전쟁’에서 상대적 우위를 보인 쪽은 야권이었다. 민주통합당은 지난해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나쁜 투표, 착한 거부’로 무산시켰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프레임으로 북한의 천안함 폭침 이슈를 돌파했다.

‘말의 전쟁’에서 번번이 밀린 새누리당이 이번 대선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권후보 단일화 이슈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상대의 프레임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새누리당이 주로 활용하는 방법은 ‘되치기 전법’이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6일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회동에 대해 “(두 후보가) 먼저 가치와 철학부터 공유할 것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정책은 말할 것도 없고 가치와 철학조차 공유하지 못한 후보들의 단일화 놀음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야권 두 후보의 말을 뒤집어 역공을 편 것이다.

이정현 공보특보는 전날 “다리를 불사르면 뭐하나. 배도 있고 잠수정도 있고 총리직도 있는데…”라고 말했다. 안 후보가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며 대선 완주 의지를 밝힌 뒤 단일화 회동에 나선 데 대한 비판이었다. 이 공보특보는 이날 “(단일화는) 국민적 요구가 아니라 오로지 권력욕에 사로잡힌 ‘묻지마이즘’이며 박근혜 후보는 ‘먹고사이즘’에 빠져 있다”고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야권의 반격도 만만찮다. 새누리당이 문 후보를 ‘노무현2’로 몰면 곧바로 박 후보를 ‘이명박2’로 규정하는 식이다. 문 후보 캠프의 박광온 대변인은 6일 “박 후보는 투표를 하고 싶어도 투표할 기회를 주지 않는 ‘나쁜 후보’”라고 비난했다. 박 후보가 2007년 1월 개헌을 제안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판한 것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본격적인 프레임 만들기 경쟁도 시작됐다. 문 후보는 5일 △정치 불신의 위기 △성장잠재력의 위기 △일자리의 위기 △불안의 위기 △평화의 위기를 ‘5대 위기’로 규정한 뒤 이번 대선을 5대 위기를 초래한 세력과 5대 위기를 극복한 세력의 대결이라고 역설했다.

그러자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세 개의 벽’을 깨야 한다며 맞불을 놓았다. 과거사의 벽을 깨 역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지역갈등의 벽을 깨 국민대통합을 이루고, 여성의 벽을 깨 유리천장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여당#야당#프레임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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