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 단일화 테이블로 이동…安 ‘광주 제안’ 기선잡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 10년전 盧-鄭 단일화 물꼬 튼 날 文-安 회동 합의

대선을 44일 앞두고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야권후보 단일화의 물꼬가 터졌다. 후보 등록(25일)을 20일 앞둔 5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단일화 회동에 전격 합의하면서 대선 정국이 ‘단일화’ 이슈로 급속도로 빨려드는 모양새다.

11월 5일은 2002년 노무현 대선후보가 정몽준 의원에게 후보단일화 제안서를 공식 전달하면서 단일화 협상이 궤도에 오른 날이기도 하다.

문, 안 후보가 6일 만나면 ‘후보 등록일 전에 단일화를 해 정권교체에 진력한다’는 큰 틀의 원칙론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인 시기와 방식 등은 실무대표 간 협상에서 논의하고 두 후보가 최종 사인하는 형식이 될 듯하다.

○ ‘광주 제안’은 호남 끌어안기용

전남대 강연 마친 安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5일 광주 전남대에서 강연을 마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강연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단일화 논의를 위한 회동을 제안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전남대 강연 마친 安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5일 광주 전남대에서 강연을 마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강연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단일화 논의를 위한 회동을 제안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안 후보가 단일화 제안 장소를 광주로 선택한 데는 호남 민심을 확실히 잡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두 후보 모두 야권의 전통적 기반인 호남 민심이 전체 야권 지지층의 바로미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호남은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하는 전략적 판단을 하겠지만 그 이전에 ‘우리 편’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며 “최근 안 후보가 민주당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안철수가 우리 편인가’ 하는 회의가 일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가 최근 호남에서 안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좁힌 것도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과 함께 단일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안 후보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를 의식한 안 후보가 ‘단일화 피로감’을 해소하는 동시에 호남에서 문 후보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반전 카드로 호남 일정 도중에 단일화 회동을 전격 제안한 것이다.

○ 安의 살라미 전술

안 후보는 그동안 단일화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조금씩 발언의 단계를 높여가는 ‘살라미 전술’을 써왔다.

안 후보는 9월 19일 출마선언 때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중요하고, 국민이 그것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시점에는 두 가지 조건이 갖춰지지 못했기 때문에 단일화 논의를 하기엔 부적절하다”고 했다. 9월 25일엔 “이미 강을 건넜고,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며 대선 완주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단일화를 안 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였다.

10월 19일 기자간담회에선 “국민이 원해 단일화 과정이 생긴다면 거기서 이겨서 끝까지 갈 것”이라며 단일화에 응할 뜻을 처음으로 내비쳤다. 10월 29일 캠프 회의에서 “단일화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종합 정책을 발표하는 11월 10일 이후 단일화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쪽으로 한발 나아갔다. 그러나 ‘너무 질질 끄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지지율이 정체 현상을 보이자 더이상 미뤘다간 지지층이 돌아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6일 회동’을 전격 제안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꾼 것이다.

○ 첩첩산중 단일화 협상

마침내 두 후보가 단일화 테이블에 앉게 됐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만만찮다.

시작 전부터 양측의 신경전은 불이 붙었다. 문 후보 측에서는 이날 안 후보 측이 ‘6일 회동’을 언론에 먼저 발표한 것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문 후보가 그 발표가 있었는지 모른 상태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만날 수 있도록 논의하겠다”고 말해 ‘스타일’을 구겼기 때문이다.

6일 두 후보가 ‘단일화 원칙’에 웃으면서 합의해도 한동안 실무 협상단은 단일화 시기와 방식 등을 놓고 치열한 수 싸움을 벌여야 한다. 이를 의식한 듯 안 후보 측 관계자는 “단일화 협상이 쉽지는 않겠지만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때처럼 여론조사 문구나 약간의 지지율 차이를 두고 싸우는 모습을 보이진 않을 것”이라며 “짧고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널A 영상]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음모’? 2002년 비화 살펴보니…


[채널A 영상] 2002 단일화 주도했던 당사자가 보는 2012 단일화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