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씨 빌려준 현금 6억은 이상득 출마 대비해 모은 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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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측 ‘합법자금’ 주장 “틈틈이 마련… 회삿돈 무관, 집안 붙박이장에 보관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79·사진)이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34)에게 빌려준 현금 6억 원은 대통령 일가가 선거에 출마할 때 도움을 주기 위해 모아온 자금이라고 이 회장 측이 밝혔다. 이 회장이 ‘시형 씨가 합법적으로 땅 매입 자금을 마련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평소에도 대통령 일가의 정치자금을 거액의 현금으로 보관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29일 이 회장 측 관계자는 “이 회장이 자택에 갖고 있던 돈 6억 원은 2005년경부터 집안 사람들(이 대통령과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선거에 출마하면 경비로 지원하기 위해 준비해 둔 돈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올 4월 총선에 이상득 전 의원이 출마하면 집안일이니 도와줄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생각으로 현금을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전 의원은 4월 총선에 출마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이 회장은 ‘집(서울 광진구 구의동) 문간방에 있는 붙박이장을 개조해 많게는 현금 10억 원가량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고 조카(시형 씨)의 요청을 받고 돈을 빌려줄 때는 6억 원이 조금 넘게 들어 있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돈은 이 회장이 개인 통장에서 넣거나 빼면서 조금씩 마련한 것으로, 다스 자금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이 붙박이장은 따로 잠금장치가 없으며 앞에 자전거를 한 대 세워둬 평범한 벽장인 것처럼 꾸몄다고 한다.

이 관계자의 말을 토대로 시형 씨가 돈을 찾아간 상황을 재구성하면, 시형 씨는 지난해 5월 20일 다스 경주 본사에 있는 이 회장을 찾아가 차용증을 건네며 6억 원을 빌려달라고 했고 이 회장은 차용증에 서명했다. 이 회장은 계약 당일 경주에서 차를 타고 서울 자택으로 온 뒤 현금 6억 원을 챙겨 보자기 3개에 싼 뒤 선반 위에 올려뒀다. 이 회장은 부인에게 ‘시형이가 찾아갈 테니, 오면 줘라’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붙박이장에 남은 수천만 원은 직접 들고 나왔다. 시형 씨는 지난해 5월 24일 경주에서 KTX를 타고 큰아버지 집을 찾아간 뒤 큰어머니에게서 돈을 받아가 김세욱 전 대통령총무기획관실 선임행정관에게 건넸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 매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이광범 특별검사팀은 31일 이 회장을 소환해 시형 씨에게 건넨 현금 6억 원의 출처 등을 집중 추궁하기로 했다. 18일 소환한 사저 터 매입 실무자인 경호처 직원 김태환 씨(56)는 30일 배임 혐의와 관련한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한다. 김인종 전 대통령경호처장(67)과 김백준 전 대통령총무기획관(72)도 주중에 소환한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이상은#내곡동 사저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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