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與 반성땐 제일 먼저 박정희묘역 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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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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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닦는 文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8일 경북 성주군 예산리의 수해현장을 방문해 주민들과 함께 냄비 등 가재도구를 닦고 있다. 성주=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그릇 닦는 文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8일 경북 성주군 예산리의 수해현장을 방문해 주민들과 함께 냄비 등 가재도구를 닦고 있다. 성주=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18일 “군부독재 권위주의 체제를 통해 국민에게 많은 고통을 주고 인권을 유린했던 정치세력이 과거에 대해 진정한 반성을 하면 내가 제일 먼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날 경북 성주군 성주읍 수해지역 복구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 군부독재 권력을 뒷받침했던 공화당, 민정당이 이름을 바꿔서 새누리당이 아니냐”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 국립서울현충원 방문에서 박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지 않았던 문 후보에 대해 ‘반쪽 행보’라고 몰아붙였던 새누리당의 비판을 맞받아친 것이다. 문 후보는 또 “피해자가 잊는다고 해서 그게 반성이 되겠나. 진정한 반성이 있어야만 통합이 이뤄진다”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국민대통합 행보를 겨냥했다. 문 후보는 또 “형식적으로가 아니라 흔쾌한 마음으로 박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할 때가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발언은 최근 박 후보가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밝힌 것에 대해 ‘진정한 반성이 아니어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 앞으로 과거사와 관련해 박 후보를 집중적으로 공격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후보는 전날 현충원을 측근 2명만 대동하고 조촐하게 참배한 데 대해서는 18일 트위터에 “제가 정치인이 아니었을 때 정치에서 보기 싫었던 모습을 따라하지 않는 게 제일 먼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충원 참배 때 검은 옷, 검은 넥타이에 서열대로 선 수십 명의 도열을 거느리고 참배하는 모습, 좀 우스웠다”는 글을 올렸다. 기존의 권위주의적 정치문화와 차별화하겠다는 의미로, 이 또한 유신시대 정치에서 자유롭지 못한 박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문 후보는 이날 수해현장에서 등산바지와 장화, 셔츠 차림으로 상점을 누비며 복구작업을 도왔다. 문 후보를 보기 위해 주민 수십 명이 몰려들기도 했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문 후보에게 “성주군 전체가 이렇게 물에 잠긴 적은 처음이다. 특별재난지구로 선포해 달라”고 호소했다. 거리에서 만난 50대 여성이 “냉장고도 물에 둥둥 떴다. 전자제품이 물에 다 젖어 아무것도 안 된다”고 울상을 짓자 문 후보는 “추석을 앞두고 더 힘드시겠다”며 위로했다. 그는 지역주민과 함께 설거지를 하고 젖은 장판을 걷어내 밖으로 옮기는 등 1시간 반 동안 일손을 보탰다.

문 후보는 재난 현장을 돌아본 뒤 “(성주군이) 평생 처음 겪는 수재라고 한다. 배수 펌프장이 있는데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펌프장까지 물에 잠겼다”며 “물이 다 역류했다는데 역류 현상이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을 주도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한 것이다.

복구작업을 마친 후에는 산사태로 사망한 이모 씨(49·여)의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문 후보는 “산사태는 확실히 인재”라며 “원래 부산이 산사태가 제일 심한 곳인데 지금은 방지를 해놓으니 사고가 안 난다. 그만큼 대비하면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주군은 박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경북 구미와 가까워 이날 문 후보의 일정을 두고 박 후보의 텃밭인 대구·경북 민심을 잡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이번 태풍은 성주의 피해가 가장 심하다. 다른 정치적 의미, 해석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성주=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문재인#박근혜#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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