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박지원 명의 문자 왔다’ 진술 확보… 실제 발신지 추적

  • 동아일보

■ 민주 비례공천 뒷돈 의혹

회의장 자리 뜨는 박지원… 구속되는 양경숙 경선 파행, 공천 뒷돈 파문 등의 문제에 휘말려 있는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도중 밖으로 나가고 있다(왼쪽). 거액의 공천 뒷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된 민주통합당 보좌관 출신 양경숙 씨가 이날 오전 대검찰청에서 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회의장 자리 뜨는 박지원… 구속되는 양경숙 경선 파행, 공천 뒷돈 파문 등의 문제에 휘말려 있는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도중 밖으로 나가고 있다(왼쪽). 거액의 공천 뒷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된 민주통합당 보좌관 출신 양경숙 씨가 이날 오전 대검찰청에서 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민주통합당 공천 뒷돈 제공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8일 문제의 돈 상당액이 양경숙 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국 ‘라디오21’을 소유한 ‘사단법인 문화네트워크’의 계좌로 입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 계좌 입출금 명세에 대한 전방위 계좌 추적에 나섰다. 검찰은 이 계좌에서 인출된 현금이나 수표, 계좌이체 명세를 따라가면 공천 뒷돈의 최종 종착지가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 공천 뒷돈 관련자 4명 모두 구속

28일 양 씨와 함께 검찰에 구속된 이규섭 하나세무법인 대표와 부산지역 부동산 시행업체 대표 정일수 씨는 각각 18억 원과 12억 원을 양 씨에게 건네기로 약속한 뒤 이 돈을 두어 차례에 나눠 문화네트워크 법인계좌에 입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씨가 2월 “4월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게 해 주겠다”며 이 돈을 공천 뒷돈으로 받았다는 것이다.

함께 구속된 이양호 서울 강서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당초 17억 원을 주기로 약속했지만 이 중 8억 원은 기존에 양 씨에게 빌려 준 돈을 돌려받지 않는 것으로 갈음하고, 2억8000만 원을 같은 계좌로 입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금되지 않은 나머지 6억8000만 원도 현금 등으로 건네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피의자들 사이에 공천을 빌미로 거액의 돈거래가 있었다는 범죄혐의 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28일 0시 반경 이들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2004년 1월 설립된 문화네트워크는 ‘라디오21’의 모(母)법인으로 방송국 운영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씨를 비롯해 이기명 전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 노혜경 전 노사모 대표, 배우 최종원 씨(전 국회의원) 등 대표적인 친노(친노무현) 인사들이 이 법인의 이사직을 지냈다. 양 씨와 노 전 대표는 여전히 이 법인의 이사로 등재돼 있다.

○ ‘공천 도움’ 문자메시지도 수사

검찰이 돈 제공자 3명에게서 압수한 휴대전화에서 발견한 민주당 관계자 명의의 문자메시지들도 수사의 초점 중 하나다. 이 메시지에는 ‘비례대표 공천 심사에서 도움을 주겠다’거나 ‘비례대표 OO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취지의 내용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자메시지 발신자 가운데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이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장 이 씨도 검찰 조사에서 “양 씨에게 공천 뒷돈을 주기로 약속한 뒤 박 원내대표 번호로 수차례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공천이 결정되기 전인 3월에 두 차례 양 씨와 함께 박 원내대표를 만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씨의 휴대전화에 남은 메시지 기록이 실제로 민주당 관계자들이 보낸 것인지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 문자메시지의 실제 발신자를 추적하면 공천 뒷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밝혀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선 양 씨가 페이스북에서 ‘모두 함께 죽자고?’라며 연루자로 암시한 박 최 김 임 유 씨 등 5명이 누군지를 놓고 다양한 말이 나왔다. 라디오21을 진행했던 친노 인사가 거론되는가 하면, 초선 여성 의원의 이름도 오르내렸다. 하지만 당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일각에서 거론하는 인사들이 양 씨 사건과 관련됐다는 얘기를 전혀 들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 검찰 칼끝 다시 박지원으로?

돈 제공자들이 검찰 조사에서 “박 원내대표를 보고 양 씨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하면서 검찰의 칼끝이 다시 한번 박 원내대표로 향할지도 주목된다. 박 원내대표는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소환 통보에 세 차례나 불응하다 국회로 체포동의요구서가 넘어가자 지난달 31일 전격 출석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박 원내대표가 2010년 6월 오문철 보해저축은행 회장에게서 청탁과 함께 3000만 원을 받은 혐의 등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박 원내대표를 또 한 차례 소환할 수 있다”며 기소를 미뤄 왔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이번 수사로 박 원내대표의 추가 혐의를 밝혀 낸 뒤 함께 처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양 씨가 민주당 공천 대가로 수십억 원을 받는 과정에 내가 연루됐다는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며 “내 이름을 거론하면서 비례대표 얘기를 주고받았거나 금전거래가 이뤄졌다면 그들 사이에 오간 얘기지 나와는 관계가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민주통합당#공천#박지원#양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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