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DJ-盧 前대통령 묘역 첫 참배… 본선 첫 행보는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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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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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 “부모님 갑자기 잃어봐서 얼마나 가슴 아플지 알아”
권양숙 여사 “대선 출마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 위로에 화답

‘아버지의 정적’ DJ 묘역 찾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아버지의 정적’ DJ 묘역 찾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사실 우리도 놀랐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21일 첫 공식 지방방문 일정으로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박근혜 캠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더한 파격 행보가 계속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봉하마을 방문은 박 캠프 내에서도 소수의 핵심 인사들만 미리 알고 있었고, 노무현재단 관계자들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을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봉하마을 방문은 캠프 참모들이 보고한 일정 중에 포함돼 있었지만 첫 행보로 결정한 것은 박 후보 자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의 첫날 일정은 온통 이념을 떠난 국민대통합과 ‘100% 대한민국 실현’에 맞춰졌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초대 이승만 전 대통령과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아버지의 정적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박 후보가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것은 처음이었다. 박 후보는 현충원 방명록에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국민대통합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자리에서 박 후보는 오후 일정을 묻는 기자들에게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을 뵈러 간다”고 공개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한 축을 이루고 계신 전직 대통령이시기 때문에 참배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생전의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 대척점에 섰다. 노 전 대통령의 ‘대연정 제의’를 “노선이 다르다”며 거부했고, 노 전 대통령이 개헌을 제의하자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봉하마을 입구까지 조문을 갔지만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거센 반대로 발길을 돌렸던 박 후보에게는 첫 봉하마을 방문이었다. 박 후보는 묘역을 참배한 뒤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해 20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박 후보는 “옛날에 제 부모님 두 분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얼마나 힘든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권 여사님이 얼마나 가슴 아프실지 그 마음을 잘 이해한다”고 위로했다. 이에 권 여사도 “이 일(대선 출마)이 참으로 힘들 일이다. 얼마만큼 힘들다는 걸 내가 안다”며 “박 후보가 바쁜 일정에 이렇게 와 주시니 고맙다. 건강을 잘 챙기시라”는 덕담으로 화답했다.

이날 박 후보의 행보는 정치권에서 하루 내내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야권 내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김 전 대통령의 측근인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두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에 대해 “감사의 표시를 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이며 대선 주자인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형식적 방문이 아닌 과거 상처를 치유하고 국민 화합을 도모하는 진정성을 가졌으면 한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민주당 정성호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와 정치검찰에 의해 돌아가셨다”며 “집권여당의 대선후보로서 진정한 사과와 반성 없는 전격적인 방문은 보여주기 식 대선 행보에 불과하며 유가족에 대한 결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홍일표 대변인은 “전직 대통령의 묘역은 특정 정파의 배타적 관리구역이 아니다. 모든 국민이 원한다면 원하는 때에 언제든지 자유롭게 방문해 참배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민대통합을 염두에 둔 박 후보의 폭넓은 일정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후보는 22일 김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도 예방한다. 박 후보는 2004년 8월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아버지 시절에 많은 피해를 보고 고생한 데 대해 딸로서 사과드린다”고 위로했고 김 전 대통령이 서거 전 병상에 있을 때도 문병했다.

아울러 박 후보는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을 방문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는 최근 불편한 관계였다. 박 후보는 전직 대통령들을 예방한 뒤 종교 지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박 캠프 관계자는 “(박 후보가) 국민 대통령을 반드시 해보겠다는 뜻을 실천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김해=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박근혜#국민대통합#김대중#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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