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당의 생얼? 진보 ‘막장 난투극’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3일 16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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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위 욕설ㆍ몸싸움 폭력 사태로 난장판
당권-비당권파 양보없는 대립..사태해결 난망

통합진보당이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이라는 창당 이념은 사라졌고, '추악한 권력 투쟁'만이 남았기 때문이다.

12일 중앙위원회에서 보여준 폭력사태는 진보 정당을 지지하는 민주·진보 진영은 물론 대한민국 정당 민주주의에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에 대한 사후 대책을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고 있어, 조속한 시일 내에 사태가 해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당권파는 총체적 부정과 부실이 입증된 만큼 비례대표가 총사퇴하고 즉각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당권파는 진상조사 결과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전말은 = 12일 오후 2시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최한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는 '막장 드라마'의 끝을 보여줬다.

고성과 욕설, 몸싸움이 난무했고, 격렬한 난투극으로 상당수의 부상자도 발생했다.

이날 충돌은 예견된 일이었다.

공동대표단은 회의 시작 전 전국운영위원회의를 열어 핵심 안건을 정리하려 했으나 절충점을 마련하지 못했고, 회의장 안팎에는 당권파 당원 300여명이 '진상조사보고서 폐기' 등을 외치며 진상조사 결과를 규탄했다.

회의는 성원부터 쉽지 않았다.

당권파 중앙위원들이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민참여당 출신 중앙위원 50여명이 무더기로 교체됐다"고 소리를 지르며 회의를 저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장을 맡은 심상정 공동대표는 개의를 강행했고 △대표단과 경선 비례대표 후보 총사퇴 △강기갑 전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의 안건을 상정했다.

당권파의 우위영 공동대변인은 "국민참여당 출신 중앙위원 50여명이 불법적으로교체된 의혹이 있다"며 "심 대표가 중앙위 성원에 대한 문제제기를 받아들이지 않고일방적으로 안건을 처리하려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반면 비당권파의 천호선 공동대변인은 "통합당시 중앙위의 구성은 각 주체의 자율로 맡겼고, 11일 오후 2시부로 중앙위 명단이 최초 확정됐다"며 "당권파의 주장은합의 정신을 파괴하고 통합 주체의 자율적 결정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후 9시50분, 결국 대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불법중앙위원회를 해산하라"고 외치던 당권파 당원 100여명이 갑자기 단상으로달려나가 단상을 점거해버린 것.

이 과정에서 격렬한 발길질과 주먹다짐이 발생했고, 공동대표단이 앉아있는 단상에는 물병이 날아들었으며, 조준호 공동대표는 당원들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옷이 찢기는 등 '봉변'을 당했다. 조 공동대표는 현재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다.

이후 회의는 정회와 속개를 반복했고, 심 대표는 "더이상 회의를 진행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무기한 정회를 했다.

쟁점이 됐던 비례대표 사퇴 결의안과 비상대책위 구성안 논의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

▽ 이번 사태의 핵심은 당권을 둘러싼 권력투쟁 = 통합진보당은 민주노동당(NL·자주파)과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PD·진보신당 탈당파)가 만든 정당이다.

당권파는 민노당 출신의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전남연합이 주축이고, 비당권파는 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 민노당 인천·울산연합 출신이다.

비당권파는 이번 사태를 당권을 잡기 위한 '절호의 기회'로 보고 대대적인 반격을 하고 있고, 당권파는 당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는 모양새다.

문제는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는 데 있다.

당권파는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에 대한 전면재조사와 비례대표 거취를 결정하는 당원총투표를, 비당권파는 비례대표 총사퇴와 비대위 구성을 주장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당권파가 비대위 구성을, 비당권파가 당원총투표를 받는 선에서 정치적인 타협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절충점 도출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권력은 나눌 수 없다'는 속성을 감안할 때 양보는 곧 패배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고, 타협안을 마련하기에는 양 측의 갈등의 골이 너무 깊게 패였기 때문이다.

당권파가 전날 중앙위에서 당원총투표 안건을 발의하지 않은 것을 두고 당원총투표 주장은 결국 지도부 선출대회까지 시간끌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를 두고 통합진보당 분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모두 분당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실제로 정계 입문 이후 개혁국민정당→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무소속→국민참여당으로 당적을 바꿔온 유시민 대표가 이번에도 분당 카드를 꺼낸다면 '탈당 전문'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2008년 민노당을 탈당해 진보신당을 창당했다가 지난해 진보신당을 탈당하고 통합진보당에 합류한 심상정 공동대표가 또다시 탈당을 한다면 NL계와 PD계로부터 모두 외면받는 '정치적 미아'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들은 현 상황에서 당에 남아 당권을 잡는데 온 힘을 기울일 개연성이 크다.

결국 중앙위 속개와 안건 처리 방향이 이번 사태의 결론을 판가름하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시민 심상정 조준호 공동대표는 중앙위를 끝으로 대표직을 내려놓기로 해 이번에 반드시 비례대표 총사퇴 권고안을 의결하고, 비대위 구성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비당권파는 이날 오후 중앙위 미의결 의제에 대한 설명과 속개 방안을 논의하는인터넷 토론회를 열었다.

당권파는 토론회가 중앙위 전자회의를 열기 위한 전초작업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권파의 장원섭 사무총장은 "토론회는 사무총국에 협조 요청 없이 진행되고 있는 사적행위"라고 밝혔고, 당권파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토론을 하겠다고 하지만, 전자회의 표결로 가기 위한 수순밟기라는 의혹을 지우기 힘들다"고 가세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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