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견 전날 탈당 시사… 회견장 코앞서 “취소”… 문대성의 돌려차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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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 김형태는 새누리 탈당

차에서 내려 ‘해명 회견’ 새누리당 문대성 당선자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예고했던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하고 국회를 빠져나가려다 기자들이 쫓아오자 차에서 내려 자신의 거취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차에서 내려 ‘해명 회견’ 새누리당 문대성 당선자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예고했던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하고 국회를 빠져나가려다 기자들이 쫓아오자 차에서 내려 자신의 거취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회는 18일 ‘문대성 미스터리’로 소란스러웠다.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인 새누리당 문대성 국회의원 당선자(부산 사하갑)는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당 관계자들은 그가 자진 탈당 의사를 밝힐 걸로 생각했다. 전날 그가 만든 기자회견문의 제목도 ‘새누리당을 잠시 떠나면서’였다.

오후 2시 그가 국회 기자회견장 복도에 들어서자 언론사의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 그는 누군가와 휴대전화 통화를 하더니 갑자기 회견장으로 들어서지 않고 곧바로 돌아나갔다. 주변에 있던 몇몇 기자에게 “탈당 안 한다. 국민대에서 (논문 표절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니 그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짤막하게 말한 뒤였다.

기자들이 몰려가자 이내 국회 본관을 빠져나가 잰걸음으로 국회 내 도로에 있던 자동차에 올라탔다. 기자들이 문 당선자의 차를 에워싸고 인터뷰를 요청하자 차에서 내려 도로에서 7분가량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문 당선자는 이 자리에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대 입장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내가) 새누리당과 박 위원장에 반해서 (탈당)하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문 당선자의 석·박사논문은 유사한 주제의 논문에서 일부 문단을 통째로 베끼고, 일부 오타까지 일치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동아일보 취재 결과 학술지에 게재한 일부 논문도 표절했거나 제자의 논문을 자신의 연구 성과인 것처럼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 17일자 A10면 문대성 석사-박사학위 논문 이어 교수 임용직전 논문도 표절…

문 당선자의 박사논문이 표절이 아닌 대필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스포츠 평론가 최동호 씨는 이날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해 “원저자는 동아대 김모 교수”라고 주장했다. 최 씨는 “문 당선자가 최소한 김 교수의 문서파일을 갖고 있었든지 아니면 김 교수가 자기가 쓴 논문을 가지고 대필을 해줬을 것”이라며 “2006년 김 교수가 동창 모임에 나가 ‘문대성 교수의 논문을 대신 써주고 교수에 취임됐다’고 말한 것을 그 모임 참석자로부터 제보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사실무근”이라며 최 씨를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채널A 영상]논문 조사위원 “진중권의 지적이 거의 팩트에 가깝다”

▼ 與대변인 “文, 박근혜 팔지 말고 책임있는 행동 하길” ▼

문 당선자는 오타까지 똑같은 이유에 대해 “(컴퓨터) 타자를 틀릴 수도 있고, 운동하다 보면 그럴 수 있는 부분 아니냐”면서 “다소 오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통합당 정세균 의원을 끌어들여 강하게 항변하기도 했다. 그는 “내 논문이 표절이라고 하는데, 정세균 의원의 논문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분이 (탈당)하면 나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2004년 제출된 정 의원의 박사논문이 다른 석사논문과 15쪽가량 일치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문 당선자의 탈당 번복과 기자회견 일방 취소는 많은 뒷말을 낳았다. 그가 18일 배포한 기자회견문에는 탈당 부분이 사라지고 동아대 교수직 사임만이 담겨 있었다. 문 당선자를 국회의원 후보로 추천한 현기환 의원은 “오늘 오전까지도 탈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오후 1시 40분경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탈당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그 뒤로 문 당선자와 연락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형태 당선자
김형태 당선자
그러나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논문 표절 시비는 대학에서 판단해 가릴 문제이지만, 당은 문 당선자의 처신과 관련된 문제를 윤리위로 넘겨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 “문 당선자는 자신의 논문 표절 논란과 관련해 박 위원장을 팔지 말고 스스로 책임 있는 행동을 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정세균 때리기’는 당내 의견교환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문 당선자에 앞서 이날 오전 이대변인도 기자들이 문 당선자의 거취 문제에 대해 질문하자 “정세균 의원 것과 비교해 보라. 정 의원은 대선후보 나갈 사람이고 당 대표를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을 끌어들여 문 당선자 파문을 희석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사망한 동생의 부인 성추행 의혹을 받는 새누리당 김형태 당선자(경북 포항 남-울릉)는 “당과 박 위원장에게 누를 끼치지 않겠다”며 탈당했다. 탈당해도 당선자 신분은 바뀌지 않는다. 김 당선자는 당초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려 했으나 보도자료만 배포한 채 회견장에 나오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김 당선자의 기자회견이 당의 이미지를 떨어뜨릴 것을 우려해 기자회견장 벽에 있는 새누리당 로고 등이 보이지 않도록 커튼을 치기도 했다.

이날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박 위원장이 책임지고 두 사람의 당선자 자격 사퇴를 권고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당선자 신분에서는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다른 제재 방법이 없다. 국회법에 따라 징계하려면 의원 신분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에 기소돼 금고형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문대성#탈당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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