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D-27]“강남벨트 누수 막아라”… 새누리, 박상일-이영조 공천 취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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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민심’ 악화 우려 이념논란 서둘러 진화… 경주 손동진도 철회 가능성

새누리당 4·11총선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가 14일 서울 강남갑·을 박상일 이영조 후보의 공천을 철회했다. 새누리당이 공천을 철회한 건 처음이다.

정홍원 공천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공천 심사 과정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점이 언론보도로 논란이 돼 두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며 “두 분의 진의와 상관없이 마음의 상처를 입은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을 맡았던 2010년 미국에서 발표한 영어 논문에서 5·18민주화운동과 제주도4·3사건을 각각 ‘popular revolt(민중 반란)’ ‘communist-led rebellion(공산주의자가 선동한 폭동)’라고 표현해 민주화 관련 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박 후보는 지난해 8월 펴낸 책에서 독립군을 ‘소규모 테러단체 수준’이라고 표현한 게 논란이 됐다.

당내에서는 “박 후보는 이공계·벤처기업 우대 차원에서 어렵게 영입한 데다 문제의 내용도 문맥을 살펴보면 해명이 가능하다”는 옹호 여론도 있었다. 그러나 공천위는 더 여론이 악화될 경우 야당에 비해 우위를 점했던 ‘공천 민심’에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해 신속하게 철회를 결정했다. “전통적 강세지역인 강남 벨트도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뿐 아니라 전체 선거 구도가 이념 대결로 흘러갈 수 있다는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 취소 결정에 앞서 비상대책위원들도 “두 후보는 새누리당의 미래와 부합하지 않으며 국민배심원단의 재의 요구가 있을 경우 신속하게 찬성해 통과시킬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준비하며 공천위를 압박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관련 보고를 받고 “공천위에서 잘 결정하시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는 “공천 과정에 첫 흠집이 났다”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일각에선 잘못된 공천을 신속하게 교정하는 모습이 비리 전력이 있는 후보의 공천을 강행하는 민주통합당과 대비되며 신선함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도덕성을 첫 번째 공천 기준으로 내세운 이상 앞으로도 문제가 제기되면 검증을 거쳐 신속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지역 기자들에게 돈을 돌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경북 경주 손동진 후보에 대해서도 사실이 확인되면 공천을 철회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는 “정치 안 하겠다는 사람을 계속해서 설득해 큰마음을 먹고 나라를 위해 일하려고 했는데 솔직히 황당하다”며 “당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금은 입장을 밝히기가 곤란하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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