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4·11총선 불출마 ‘정치 신데렐라’ 1막 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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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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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에 부담주기 싫다” 새누리당 나경원 전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울먹이며 4·11총선 불출마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당에 부담주기 싫다” 새누리당 나경원 전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울먹이며 4·11총선 불출마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엄친딸(엄마 친구 딸)’, ‘정치권의 신데렐라’로 불렸던 새누리당 나경원 전 의원이 8일 눈물 속에서 4·11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10년 동안의 화려했던 정치 인생의 1막을 내렸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에서 (나의) 공천을 두고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알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논란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것은 제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더 이상 당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당을 위해 물러나서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은 최근 남편 김재호 판사가 현직 검사에게 자신을 비방한 누리꾼 김모 씨에 대해 기소청탁을 했다는 의혹에 휘말리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공천 탈락 가능성이 점쳐지자 불출마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남편의 기소청탁 의혹과 관련해 “당 일각에선 이런 논란에 맞서기는커녕 이를 빌미로 날 끌어내리려 한다”며 “당이 거짓의 힘이 두려워 뒤로 숨기만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비겁한 정치가 아니냐”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는 울먹거리며 “과연 서울시장 선거 패배의 책임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멍에인지 묻고 싶다”며 “제가 먼저 불출마를 하든 공천 결과를 기다리든 똑같은 결과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불과 반년 전만 해도 정치적 절정을 맞은 것으로 보였던 나 전 의원의 갑작스러운 퇴장을 지켜보던 당 관계자들은 “정치 무상이 느껴진다”며 안타까워했다. 부잣집 딸, 어느 자리에서나 시선을 끄는 미모, 서울대 법대를 나온 부부 판사, 장애를 안고 태어난 딸을 돌보는 엄마…. 이런 ‘스토리’를 안고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여성 특보로 정치에 입문한 후 나 전 의원의 정치 인생은 탄탄대로를 달렸다.

2004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온 후 2006년 당 대변인으로 대여 공격의 선봉에 섰다. 각종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딱 부러지는’ 논리로 상대방을 압도했고, 2008년 총선에서 서울 한복판 중구에서 지역구 의원이 됐다.

그의 당내 존재감은 재선 의원 이상이었다.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서 오세훈 당시 시장과의 맞대결 끝에 패했지만, 그해 7월 전당대회에서 자력으로 당 지도부에 입성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로 오 시장이 전격 사퇴한 후 마땅한 당내 후보가 없던 상황에서 시장 후보로 나서 불리한 여건에서 선전했지만 패배했고, 선거 과정에서 ‘연회비 1억 원짜리 피부과를 다녔다’는 허위과대 의혹으로 고전했다. 나 전 의원은 당분간 정치적 휴지기를 가지며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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