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규 공심위장 “지도부에 모욕감”… 사퇴 해프닝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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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지역 공천 발표 미뤄지자 한명숙, 공심위 간담회 연기 요청
姜 “공당 있을수 없는일… 사의” 최고위원들 설득에 없던 일로

총선 후보 국민경선 선거인단 불법 모집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민주통합당이 이번에는 강철규 공천심사위원장(사진)의 사퇴 파동으로 몸살을 앓았다. 사정은 이렇다.

강 위원장은 29일 오전 11시경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공천 과정에 대해 견해를 밝히려 했다. 그런데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날 발표할 공심위 3차 공천 결과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결국 일부 지역에 대한 공천 발표가 미뤄졌다. 이에 한명숙 대표는 강 위원장을 만나 기자간담회를 연기할 것을 요청했다.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공천 과정에 지도부 입김이 작용한다”는 외부 평가에 심기가 불편했다는 강 위원장은 한 대표의 간담회 연기 요청에 “심한 모욕감을 느낀다”며 허탈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강 위원장은 공심위 간사인 백원우 의원을 통해 “최고위원회의가 충분한 설명 없이 (간담회를) 연기토록 한 것은 공당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 스스로도) 마음의 평정심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천 심사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는 한 대표에게 “이런 식이라면 공심위원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한 뒤 일부 공심위원과 함께 식사하며 대책을 논의했다.

이 소식에 “강 위원장이 정말 그만두려고 ‘최후의 만찬’을 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퍼졌으며 일부 최고위원은 이날 저녁 긴급히 회동해 강 위원장 설득에 나섰다. 한 대표도 간담회 연기 요청 문제를 두고 강 위원장에게 거듭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10시경 “1일 오전 국회에서 간담회를 갖겠다”며 마음을 돌렸고 ‘강철규 사의 파동’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민주당 공천이 ‘도로 열린우리당’으로 흐르고 현역 의원 탈락이 없는 등 각종 잡음이 일고 있는 데에는 강 위원장도 자유롭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노무현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낸 강 위원장은 지난달 1일 임명되자마자 “심부름하러 온 게 아니다”라며 개혁 공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재벌 개혁’ ‘당 정체성’을 강조했고 예비 후보들에겐 ‘강철규 논술 숙제’에 답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공천이 본격화되자 “강 위원장이 하는 일이 뭐냐”는 회의론이 자주 들린 것도 사실이다. 한 중진 의원은 “말은 날카로운데 결과로 보여준 게 별로 없다”며 “이미 공천이 절반 가까이 진행된 상황에서 갑자기 한 대표에게 각을 세우는 것도 어색하다”고 비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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