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재 “고승덕과 일면식도 없다 한적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5일 1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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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술·증거 겹겹이 옭아매도 봉투 살포지시 혐의 부인한 듯다른 의원실 금품 전달 규명은 쉽지 않아

2008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 살포를 지시한 장본인으로 지목된 김효재(60)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5일 소환됨에 따라 검찰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김 전 수석을 돈 봉투 살포 과정의 '총괄 기획자'로 보는 검찰은 이날 조사에 사활을 걸고 그를 전방위로 압박했다.

지금까지 나온 관련자 진술과 각종 정황 증거를 총동원해 김 전 수석을 겹겹으로 옭아맸다.

우선 고승덕 의원실에 전달된 돈 봉투를 돌려받은 박희태 의장 전 비서 고명진(40) 씨의 '고백'을 무기로 김 전 수석을 궁지로 몰았다.

고 씨는 고 의원실에서 돈 봉투를 돌려받은 뒤 이를 김 전 수석에게 보고했으며 캠프의 재정·조직 업무를 맡았던 조정만(51·1급)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에게 돈 봉투를 전달했다고 털어놨다.

돈 봉투를 돌려받은 사실을 보고받은 김 전 수석이 "그걸 돌려받으면 어떡하느냐"고 화를 냈다는 진술까지 나온 상태다.

또 고승덕 의원도 돈 봉투를 돌려준 당일 오후 김효재 의원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왜 돌려주는 거냐"라고 물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안병용(54·구속기소) 새누리당 서울 은평갑 당원협의회 위원장에게서 '당협 간부들에게 2000만원을 살포하라'는 지시를 받은 구의원이 여의도 대하빌딩 캠프 사무실에 올라갔을 때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 전 수석이 그곳에 있었고 바로 그의 책상 위에서 돈을 가져왔다고 한 현장 진술도 들이댔다.

검찰은 고승덕 의원실에 전달된 300만원과 안 위원장을 통해 구 의원들에게 전달된 2000만원의 살포 과정에 모두 김 전 수석이 개입됐다고 보고 관련자 진술과 정황 증거를 통해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여기에다 김 전 수석이 부하직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하고 말을 맞추려 한 정황을 제시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그러나 김 전 수석은 돈 봉투 살포를 직접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완강하게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담당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조사 분위기를 전했다.

검찰은 김 전 수석이 혐의를 부인함에 따라 대질조사 카드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명진, 안병용씨와 캠프 재정.조직담당 조정만(51)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을 대기시켜 엇갈리는 진술로 김 전 수석을 몰아붙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조사에서 김 전 수석은 고명진씨의 돈 봉투 반환 보고와 고승덕 의원에게 전화를 건 사실 등 일부는 사실이라고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수석의 변호인이 "고승덕 의원과는 일면식도 없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그렇게 알려져 억울해 한다"고 검찰에 전한 점에 비춰 고 의원과의 통화 사실까지 부인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조사 직전 김 전 수석의 신분을 '피의자'로 못박은 데다 "두 번 부르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밝혀 사법처리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한편, 검찰이 김 전 수석에 대한 조사에서 고 의원실 외에 다른 의원실에 뿌려졌을 것으로 보이는 돈 봉투의 실체까지 밝혀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승덕 의원실에 돈 봉투를 돌린 인물로 지목된 당시 캠프 전략기획팀 직원 곽모(33)씨가 "내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없다. 책상 밑에 있던 돈 봉투를 본 적이 있고 내가 옮기기도 했다"고 검찰 전화조사에서 한 진술에 비춰 캠프의 다른 직원이 다른 의원실에도 돈 봉투를 돌렸을 것으로 충분히 추론할 수 있다.

하지만 돈 봉투를 받았다거나 돌렸다는 직접 진술이 없는 한 김 전 수석을 추궁해 다른 의원실에 간 돈 봉투까지 실토를 받아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검찰은 김 전 수석에 대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곧장 박희태(74) 국회의장에 대한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박 의장은 13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약간 법의 범위를 벗어난 여러 관행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돈 봉투 살포를 사실상 시인하면서도 "수사가 진행되고 관계자들 얘기를 들으며 알게 됐다"고 말하는 등 자신이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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