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책쇄신안 1호는 100만가구 전세금 저리대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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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재원 20조… 포퓰리즘 빠지나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4·11총선을 겨냥해 서민과 영세 자영업자의 생활고를 덜어주는 대책을 ‘1호 정책쇄신안’으로 내놓았다.

비대위는 19일 제2금융권 전세자금 대출 이자부담 경감과 영세상공인 카드수수료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는 것이야말로 정책쇄신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우선 저축은행, 보험사 등 제2금융권의 전세자금(월세보증금 포함) 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을 현행 평균 14%에서 7%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주택금융공사에서 은행권 전세자금 대출에 제공하는 보증을 제2금융권으로 확대해 이를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전월세난으로 서민의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연소득 4500만 원 이하로 고금리 대출을 사용하는 전월세 세입자가 그 대상으로, 100만여 가구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당은 평균 2000만 원씩 총 20조 원의 보증을 제공하면 연간 약 1조4000억 원 정도의 이자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전세자금 보증 재원이 한정돼 있어 100만 가구는 사실상 내년 최대 목표치다.

또 비대위는 신용카드 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최저 수준인 1.5%까지 낮추기로 했다. 카드사가 업종, 규모에 따라 수수료를 차별하지 못하게 하고, 금융위원회의 시정명령권을 신설해 이를 위반하는 카드사에 영업정지 등 처벌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월 임시국회에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 위원장은 회의에서 “고통 받는 서민들이 당장 돈을 받아서 실질적으로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가 달라”고 주문했다고 황영철 대변인이 전했다.
▼ 朴 “정치를 안하면 안했지 지역구 바꾸는 것에 반대 ▼

이날 발표한 대책은 당정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당이 정책쇄신안을 먼저 던진 뒤 정부가 받아들이도록 압박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1호 정책쇄신안’을 두고 재정 부담을 늘리고 시장 자율을 해치는 총선용 선심성 공약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전세자금 대출 이자부담 경감에 대해선 근본적인 전월세난을 해소하는 접근법이 아닌 현금 나눠주기 식 ‘복지 세례’라는 비판도 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출자총액제한제를 보완해야 한다”면서 대기업 정책에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미래 성장동력 강화를 위한 출자 부분은 인정해야 하지만 대주주의 사익 남용에 대해선 공정거래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2009년 폐지된 출총제의 부활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박 위원장은 본회의 전 “출총제 부활을 얘기한 적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는 “출총제 폐지 이후 대주주의 사익 추구와 같이 남용된 점이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출총제 폐지 당시의 명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만큼 대기업의 탐욕을 자제시킬 제도를 정책쇄신 과제로 다루겠다”고 말했다.

또 박 위원장은 ‘CNK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철저히 조사해서 필요하면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었던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선 “사회에 이미 환원했고 나와는 이제 관계도 없다. 뭘 더 환원해야 하느냐”며 선을 그었다. 수도권 출마설에 대해선 “지역구를 함부로 바꾸는 것에 반대한다. 정치를 안 하면 안 했지 그런 식의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 통폐합된 정보통신부 및 과학기술부와 관련해 “(과학기술 정책)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부활을 시사했다.

한편 한나라당 비대위는 19대 국회부터 의정활동을 수행하지 않는 동안은 급여인 세비를 받지 않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실천하기로 했다. 황 대변인은 △개원 시기에 맞춰 개원하지 않았을 경우 △구속 등 실질적으로 직무 수행을 못할 경우 △예산안을 법정기일 내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등이 해당된다고 밝혔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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