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정성, 10년 뒤에도 10점 만점에 5점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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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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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정부 2020년 미래연구 보고서

“뉴스 보면 고위층, 부자의 부정행위 소식뿐이잖아요. 실제로는 더 많을 거예요.(중략) 자식들 군대도 안 보내고, 장차관 뽑을 때 보면 비리가 없는 사람이 없고… 우리나라는 정말 너무 엉망입니다.”

기획재정부가 학계 등 전문가 19인에게 의뢰한 집단심층면접조사(FGI)에서 일반인들이 밝힌 ‘우리나라 공정성’에 대한 대답이다. 지도층의 도덕성 저하에 따른 공정성 훼손이 대단히 심각한 수준이고 앞으로도 별반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재정부가 19일 발표한 ‘2020년 한국사회의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한 미래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지도층의 도덕적 책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 수준은 중간값인 5에 한참 못 미치는 2.67(10점 만점)에 불과했다. 2020년에도 이 수준은 4.48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지도층 준법수준은 2011년 3.17→2020년 4.38, 정부·재계 관계투명성은 2.5→4.29로 각각 다소 높아지지만 여전히 하위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이 보고서는 “사회 지도층의 문제가 현재의 심각함을 넘어 미래에도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퍼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지도층에 대한 불신은 사회 전체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확산시키고 있다. 2011년 3.5에 머문 계층 간 이동가능성 수준은 2020년에도 4.05에 그쳐 비관적으로 전망됐다.

연구를 책임진 최항섭 국민대 교수(사회학)는 “사회 지도층이 솔선수범해서 타인을 배려하고 법을 준수하는 자세를 가지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법조, 의료계 등의 집단이기주의 문화를 타파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를 구축해 공정성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제위기 극복능력 수준이 2011년 10점 만점에 5.57점에서 2020년엔 5.31점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 경제의 위협요인으로 잠재성장률의 지속적인 하락, 낮은 설비투자율과 기술혁신, 사양산업의 구조조정 지연 등을 꼽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비율은 8.3%(2011년)에서 12.8%(2020년)로 증가해 사회안전망이 강화되겠지만, 지속 가능한 복지를 위한 재원 마련이 문제로 지적됐다. 저출산 고령화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으로 진행속도가 다소 느려지겠지만 노부모에 대한 부양의식 약화, 이혼율 증가 등으로 가족 해체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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