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정보 갈증 美 “평양 공관 둔 나라와 외교접촉 강화”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3일 03시 00분


한반도 주변 외교戰

2년전 방북한 클린턴 2009년 8월 4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기념촬영 모습. 클린턴 전 대통령은 당시 북-중 국경지대에서 취재를 하다가 북한에 억류된 미국 여기자 2명의 석방협상을 위해 방북했다. 동아일보DB
2년전 방북한 클린턴 2009년 8월 4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기념촬영 모습. 클린턴 전 대통령은 당시 북-중 국경지대에서 취재를 하다가 북한에 억류된 미국 여기자 2명의 석방협상을 위해 방북했다. 동아일보DB
한반도를 둘러싸고 외교전선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국정부는 남북관계의 새 틀을 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3대 세습을 비판해온 미국은 김정은 체제를 사실상 인정하며 대화채널을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 내부 정보 수집에 혈안이 되어 있다. 중국은 발 빠른 조문외교를 통해 대북관계의 주도권을 쥐려는 모습이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그동안 진행해온 북-미 협의를 추진할 경우 내년 초 북-미 3차 대화가 진행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이 발표된 다음 날인 20일 평양에 외교공관을 둔 나라에 주재하는 미국 대사들에게 긴급 지시를 내렸다. 북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주재국 정부와의 접촉을 강화하라는 지침이었다. 현재 북한과 수교한 국가는 164개국이지만 이 가운데 평양에 상주공관을 두고 있는 국가는 30여 개국에 이른다.

북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는 미국이 얼마나 북한 정보에 목말라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지금 백악관과 국무부는 김정일 사망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데 대해 무척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와 정보기관들은 주미 한국대사관과 접촉하면서 북한 상황을 체크하고 있는 실정이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도 미 국무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북한과 수교한 국가의 현지 미대사관에 외교전문을 보내 평양의 움직임을 파악하라는 지시였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일은 김정은을 공식 후계자로 지명했고, 현 시점에서 변화가 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 김정일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후 백악관은 ‘북한의 새 리더십’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왔으며, 김정은을 공식적으로 거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국무부가 김 위원장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대북 영양지원(식량지원) 및 북-미 대화와 관련한 협의를 계속 진행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밝힌 것도 북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북한이 원하면 언제든지 영양지원 문제와 더불어 당초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3차 북-미 고위급 대화의 개최를 함께 논의할 방침이다.

특히 미 국무부가 대북 영양지원과 관련한 미북 협의 실무채널인 ‘뉴욕(유엔북한대표부) 채널’의 당사자가 클리퍼드 하트 6자회담 특사와 북한의 한성렬 유엔 주재 북한 차석대사인 것을 밝힌 것과 관련해 관측통들은 △현재 협상국면이 지속되고 있으며 △북한의 새로운 지도부와 협상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19일 협의의 경우 북한 측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이 로버트 킹 미국 대북인권특사와 이근 북한 미국국장 간 베이징(北京) 협의에서 의견이 좁혀진 대북 영양지원의 조기 실현을 바라는 한편 자신들이 약속한 비핵화 사전조치의 이행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그동안 진행해온 북-미 협의를 추진할 경우 내년 초 북-미 3차 대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북-미 제네바 핵협상이 한창이던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 북한대표단은 협상에서 철수했다가 한 달 만에 복귀했고, 그 뒤 협상이 급진전돼 그해 10월 제네바 합의가 도출될 수 있었다”면서 “이번에도 비슷하게 진행될 경우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가 조만간 원로급 인사의 방북을 통해 대화 분위기를 활성화하는 ‘시니어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김정일 사망 직전까지도 방북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신뢰를 전혀 받지 못해 북한에서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최고의 카드로 꼽히며 스티븐 보즈워스 전 대북정책특별대표 등도 후보군이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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