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체제 붕괴 54시간 막전막후

  • Array
  • 입력 2011년 12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며 눈을 감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며 눈을 감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7일 최고위원 3인의 동반 사퇴 이후 이틀 동안 ‘정치 인생에서 가장 고독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청와대 및 친박(친박근혜)계 등과의 모든 물밑 채널을 가동하며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퇴진을 요구하는 물결을 거스르기엔 역부족이었다.

7일 유승민 남경필 원희룡 최고위원이 전격 사퇴하자 홍 대표는 먼저 박근혜 전 대표와의 접촉을 시도했다. 박 전 대표의 의중을 타진하고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최측근인 김정권 사무총장이 메신저로 나섰다. 그는 박 전 대표와의 직접 통화에서 홍 대표의 입장을 전하고 8일에 발표할 당 쇄신안에 대해서 설명하며 사전 조율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는 이와 별도로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에게도 자신의 쇄신안 등에 대해 설명하고 친박계의 이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친박계 의원은 “최 의원이 7일 최고위원 동반 사퇴 직후 열린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 들어가는 친박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며 “최 의원은 ‘박 전 대표는 홍 대표 체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설명을 했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회의에서 친박계 중진 의원들은 당 대표가 책임감 있게 당 쇄신을 마쳐야 한다며 사퇴를 만류했다.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도 대다수 의원들은 당 대표가 쇄신안을 책임지고 추진해야 한다는 우호적 발언을 내놓았고, 홍 대표는 지난달 29일 합동연찬회에 이어 다시 재신임을 받으며 정면 돌파에 성공했다.

홍 대표는 즉각 사퇴를 거부한 뒤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따로 만났다. 8일로 예정된 당 쇄신안을 설명하는 자리였지만 자신의 사퇴를 촉구하는 친이계 의원들에 대한 청와대의 설득을 당부한 자리로 해석된다.

홍 대표는 최고위원들에게도 공을 들였다. 당 쇄신 요구가 빗발치자 지난주 최고위원들에게 쇄신안을 마련해 올 것을 요청하며 낮은 자세로 직접 의견 청취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당내 기류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친박 진영에선 이미 6일부터 핵심 의원들이 매일 밤 삼삼오오 모여 현 정국 상황을 논의했고, 8일 홍 대표의 쇄신안 발표 이후 여러 통로로 박 전 대표에게 홍 대표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홍 대표 측은 박 전 대표가 직접 홍 대표에게 전화만 해주면 끝까지 가겠다고 했지만 박 전 대표는 답을 주지 않았다”며 “현역 의원 전원을 교체할 수 있다는 쇄신안 때문에 의원들이 들끓었고 박 전 대표도 홍 대표를 더 지켜줄 수가 없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도 9일 오전 김 사무총장을 원내대표실로 불러 이날 오후 예정된 최고위원회의를 열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전날 유승민 전 최고위원은 황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박 전 대표의 의중을 전달하고 최고위원회의 불참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홍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경 청와대에 사퇴를 통보하고 오후 3시 사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 대표는 친이계를 설득하지 못한 청와대에 대해 섭섭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